행복의 스위치라는 일본 영화 한편을 보았다.
일본 영화는 아기자기한 가족영화나 청소년 영화를 잘 만드는 것 같다. 가족간의 사랑, 갈등, 친구들의 우정과 방황, 원조교제와 세일러 교복이 먼저 와 닿는 일본이지만 가족, 가정에 있어서 한국 정서와 일본 정서는 비슷한게 많다.
이 영화에서 유독 관심을 끈 건 주인공의 아버지, 그는 조그마한 전자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근처 대형 점포에 밀려 영업은 커녕 돈 안되는 동네 심부름만 마냥 한다.
물론 제품을 판매한 후 AS에 관한 것들도 있지만 짐을 옮겨 달라고 하거나 전등을 갈아달라는 사소한 것들도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들어준다.
이 영화를 쭉 보다보면 그 작은 점포가 생명을 유지하는 비결은 손쉽게 나온다.
주변 소규모 점포들이 문을 닫은 상태지만 이 가게는 고객 서비스를 하나의 상품으로 팔고 있었다.
누구 누구네 전자제품이 무엇이고 무슨 브랜드이고 어떤 형식인지, 몇개인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음은 물론 비가 많이 오면 알아서 비상대책 가동반(?)을 운영할 정도로 고객 서비스에서는 최고다.
그런 억지가 주인공에게는 못 마땅할만하다. 돈도 안되는 것 때문에 정작 집은 기울고 가족보다 손님이 우선이라는 아버지 때문에 결국 엄마가 병에 걸려 죽었다고 미워할만 하다.
어릴적 우리집 근처에는 전파사가 하나 있었다. 요즘에야 전파사라는 말 조차 거의 쓰이지 않지만 전파사에서는 웬만한 가전제품을 구매할수 있었고 무엇보다 제품 안가리고 년식 안가리고 고장난 것을 들고가면 뚝딱 고쳐주는 마냥 신기하고 주인 아저씨는 분명 천재일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곳들이 전파사였다. (영화에서 나온 곳이 우리네 전파사와 거의 흡사하다)
고객 서비스란 무언가?
내가 경험으로 겪은 고객서비스란 다양하고도 어렵고 때로는 쉬운 것이었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직업이나 직종 중에서 고객이라는 사람들과 밀접하게 연관지어 근무를 한 직종이 몇개 있었다. (돈 많이 벌려고 하루에 쓰리잡까지 하다보니 해본게 많다)
도시가스 회사에서 보일러 AS 기사로 있을 때 하나의 일이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주인이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과장이 1차 방문, 30분 후 그 집에서 나왔다.
AS를 해줄수 없다고 통보한체, 사유는 고객이 임의대로 수리를 하였다는 것인데 그건 사실 중대한 사유였다. 특히 가스라는 (물론 도시가스는 일반 LPG에 비해 월등히 안전한 편이다) 것을 사용하는 가스용품을 고객이 임의대로 수리하다 서비스를 요청한것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자칫하다 그것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요지가 크다. 하지만 그런 사고까지 염두하면서 복구해주는게 서비스 요원의 몫이기도 하지만...
암튼 바로 뒤 과장은 다른 서비스 기사에게 서비스건을 이관했고 두번째 기사가 방문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되려 주먹질만 오가지 않았지 싸움이 컸다. 그리하여 결국 세번째 기사가 방문하였는바 고객은 고객 나름대로 화가 잔뜩 나있고 물건은 수리불가능 할 정도로 고장나 있었고 무엇보다 기사나 고객이나 수리할, 수리받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을씨년스러운 겨울날 가스보일러가 안되면 노부모까지 모시고 사는 고객 입장에서 안달이 날 만하다.
사실 세번째 기사는 아무런 내용도 모르고 방문을 했었다. 앞서 두명의 기사가 왔다간것도 모르고 단지 자기에게 갑자기 근처 서비스건이 새로 할당된줄 알고 방문하였을 뿐이다.
기사는 점검 후 설명을 했고 고객은 앞서 두명의 이야기를 하며 왜 고칠수 있음에도 못 고치는지, 아니 안고쳐주는지 따지듯이 물었다. 과정은 생략하고 일단 세번째 기사는 그 집에서 나올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며 나왔다. 그렇다고 수리를 완전히 한것도 아니고 정상적으로 가동시켜 준것도 아니다.
정육점을 운영하던 그 고객은 바로 다음 날 6만원 가량의 사골을 선물까지 했다.
세번째 기사는 제품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는 물론 고객응대와 고객과의 마찰에 있어서도 보이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고 AS했다. 앞서 두명의 기사와 발생한 언쟁에 대해서는 물론 말끔하게 AS 되었다.
하나의 예 였지만 그가 근무하는 내내 서비스센터에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었다. 그가 입사한 후 6개월가량이 흘렀을 때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 기사 지명제", 서비스 기사 지정제"가 생겼다. 회사가 만든 것도 아니고 직원이 원한것도 아니다. 단지 서비스를 요청하는 고객이 전화할때 @@@ 기사가 와 주었으면 한다. @@@ 기사를 보내달라 할 뿐이었다. 그 제도는 오직 그 한 사람의 기사만을 위해 생긴 고객이 만들어준 제도였다. 제도라고 할 것도 없이 서비스 전화가 올때 누구를 보내달라고 하니 안보내줄일이 있나..
차츰 찾는 전화가 많자 이런 호기심도 생겼다. 서비스라는 것이 보통 사후서비스라는 것인데 전에 찾았던 사람이 또 찾는다는 건 문제가 또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비스 기사의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그렇지도 않다. 알고보니 입소문이 무섭다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명함을 돌려가며 그 기사를 추천한 것이었다. 그러니 기사는 자신을 찾는 사람들에게 찾아가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만 만났었다.
얼마전 고객 서비스에 대해 교육을 전담하는 사람이 교육을 했었다. 그녀는 모 항공사에서 스튜어디스를 상대로 서비스 교육을 하던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면 서비스 교육을 얼마나 잘하는지 상상 안해도 알만하다. 스튜어디스 서비스 교육을 수년간 했다는데 그 사람 자체가 걸어다니는 서비스 아니겠는가? 그녀의 교육에 처음에는 이론에서만 존재할 뿐 얼굴 부끄러워가며 메뉴얼에나 존재하는 가식적인 인삿말과 대화말을 주고 받는다는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몇시간째 교육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역시 전문가 답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교육이 끝난 후 회사 안에서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마주오는 나와 눈을 마추쳤음에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 후로 몇 달 동안 수업이 봤지만 그녀는 인사를 잘 안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녀의 교육 내용중 이런게 있었다. 회사 사람끼리 같은 부서는 아니지만 서로 인사하는게 어렵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어색해서 잘 알지 않으면 인사조차 하지 않지만 회사 안에서 같은 회사 사람끼리 인사하면 얼마나 좋은데요. 상대가 안하면 나부터 시작해 보세요. 내가 인사하는데 그냥 지나갈 사람 없고 인사하면서 살짝 미소까지 지으면 상대방도 기분좋고 나도 기분 좋아진답니다.
미소, 행복, 웃음은 전염성이 강합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인사를 하면 사람의 심리가 어? 저 사람이 나한테 인사를? 날 아나? 누구였지? 하면서 나에 대한 존재감도 상기시키고 친밀감을 형성하기 쉽죠.
그런 그녀가 내가 일부러 인사를 먼저 했음에도 한건지 안한건지 알수없는 애매모호한 행동으로 인사를 받을땐 과연 저 사람은 교육 할때 따로 교육 끝나고 따로인지, 서비스 교육 전문가라는 사람이 말과 행동이 저렇게 달라도 되는지 웃음밖에 안난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 회사 생활이 힘든가 보다. ^^;;
네이버 해피빈에서 삼성-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참 좋은 프로젝트인것 같다. 더군다나 난 이번 프로젝트 이벤트에서 당첨까지 되어 네이버에서 5만원짜리 상품권용 카드도 받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라는 말에 좀 인색한듯 싶다.
안녕히 가십시요~ 라는 말에 그냥 지나치거나 가볍게 목례를 해주는 분도 있지만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수고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말해준다면 인사한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건 분명 기분좋은 일이다.
고객 서비스, 사실 따지고 보면 제일 첫 걸음은 "인사"인것 같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인사부터 잘하자.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는 아이보다 엄마 이 사람 누구야? 라고 물어보는 아이가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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