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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워커힐호텔 SUPEX 김치의 시초

Edward Kang 2012. 12. 2. 08:11

 

유공(油公)이 여의도에 사옥을 새로 짓고 이사 간 뒤 얼마 안된 때의 일이다.

회장(최종현)이 새 사옥을 둘러보러 와서 구내식당에서 임직원이 먹는 밥을 시식(試食)해 보았다. 모두들 긴장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회장 앞에 앉아 식사를 같이 하며 하회를 기다리던 인사총무 담당임원이 혼쭐이 났다.

 

우선 밥이 틀렸다는 것이다. 밥알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떡이 되어 있으니 불합격. 또 국을 맛있게 끓인 것까지는 좋은데,

반찬의 가지 수가 너무 많은 것이 또 문제. 마지막으로 지적된 것은 김치였다.
 
“김치가 틀렸어. 김치가 맛있어야 다른 반찬의 가지 수를 줄일 수 있는데, 김치를 잘못 익혔어. 김치는 물 속에서 익혀야 하는데 말이야.”

 

 

   

 

 

 

 

 

 

 

 

 

 

 

 

 

 

 

 

 

 

회장의 지적을 받은 인사총무부서에는 그야말로 비상(非常)이 걸렸다. 그래서 스팀으로 찌던 밥솥을 얼른 바꾸어 일본에서

수입한 서랍 식 프로판 가스 밥솥으로 개비하여 밥 문제는 해결을 보았고, 반찬도 가지 수를 줄여 말씀을 따르기로 하였는데,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김치에 대한 코멘트였다.

 

김치를 물 속에서 익히라니? 수수께끼를 풀다 못한 담당 임원이 넌지시 내게 청해 왔다. 당신이 언필칭 회장의 기쁨조라니,

좀 멍청한 질문을 하더라도 핀잔은 당하지 않을 것 아니냐? 다음 번 회장 브리핑 끝난 자리에서 김치를 물에서 익히는 비결을

넌지시 물어봐 달라는 것이었다.

 

다음 Supex 보고 끝난 뒤에 기회가 오자, 필자는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 최 회장에게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식당 담당자가 아무래도 모르겠다는 데요. 김치를 물에서 익히라는 말씀은 어떻게 하라시는 겁니까?”

회장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 친구들아, You 들은 김장 담는 것도 못 봤나?”

“… …”

“배추 씻어 양념해 독에 넣고, 소금물 부어 간 맞추고 그 다음에 어떡하든가?”

“… …”

“큼지막한 돌 하나 주어다 그 위에 얹고 뚜껑 봉하지?”

“네.”

“그 돌을 왜 얹는다고 생각하나?”

그러고 보니 한번도 그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발효를 일으키는 균에 두 종류가 있어요. 염기성(厭氣性)과 호기성(好氣性). 염기성은 공기를 싫어하는 균이고, 호기성은 공기를

 좋아하는 균이지. 그런데 김치를 잘 익히려면 염기성 균에 의한 발효를 촉진해 주어야 하거든. 호기성 균에 의해 발효가 되면

김치가 군내가 나서 먹을 수 없게 되는 거야.”

 

그러니 김치는 국물 속에 푹 담가서 익혀야 한다는 말씀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유공 식당 담당 임원의 고민이 해결되었을 뿐 아니라,

 이 실증과학적 원칙에 의해 ‘국물 속에서 익힌 김치’가 발전하여 마침내 워커힐호텔이 자랑하는 ‘수펙스 김치’가 되었다.
 
우스개처럼 적었지만, 이것이 최종현 회장의 실증과학적 태도였다.

 

허달의 "[최종현 사장학] 김치는 물 속에서 익혀라" 에서 발췌

 

허달

194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공과 졸업 및 동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엔지니어로 유공(지금의 SK에너지)에 입사하여 35년 간 근속하며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을 일으키는데 참여한

이른바 석유화학 1세대이다.

SK 부사장, SK아카데미 교수, 한국화인케미칼(주) 사장을 역임하는 동안 잠시 불교 조계종 인재개발원의 지도위원을 맡기도 했다.

경영직에서 은퇴한 후, 현재 한국코칭센터의 리더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이다.

 

 

출처 : 워커힐식음료모임
글쓴이 : 이광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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