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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Box/Golf managment

골프를 못 치는 46가지 핑계

Edward Kang 2021. 4. 14. 17:42

내가 골프를 못 치는 46가지 핑계


 

#1 환갑이 지나면 ‘깜빡’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좀전에 약을 먹었던가?” “(신발끈을 매면서)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라는 건망증에 하루에도 몇 번씩 시달리게 된다. 약 한 번 안 먹는다고 탈이 생기지 않고, 행선지를 잊었다면 잠시 후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골프 치러 갈 때 건망증이 도지면 낭패를 본다. 어떤 60대 중반인 사람은 1년에 한두 번씩 옷 넣는 가방을 차 드렁크에 싣지 않아 엄청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골프화를 안 가져가 라운딩 내내 애를 먹을 뻔했다.

얼마 전 골프장에 도착해 로커룸에서 신발을 챙기는데, 집에 두고 온 게 아닌가. 1주일 전 빗속의 라운딩으로 신발이 젖어 베란다에서 말렸는데, 새벽에 급히 나오며 챙기지 못한 것. 골프장에서는 신발을 아예 대여하지 않았다. 마침 가죽 신사화가 아닌 내 발에 꼭 맞는 캐주얼화여서 샷하는 데 지장이 없어 보였다.

초반엔 문제가 없었는데, 5번홀에서 티샷한 공이 벙커에 빠지자 난감해졌다. 벙커에서는 어드레스한 상태에서 신발로 모래 바닥을 깊게 파 스탠스를 안정시켜야 미스 샷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캐주얼화로는 바닥이 파지질 않는다. 벙커샷을 대충 할 수밖에 없었고, 더블보기를 저질렀다.

/일러스트 이철원

기분이 나빠진 탓인지 6번홀부터는 바닥이 미끄러워 샷 자체가 흔들렸다. 방법이 없어 대충 칠 수밖에 없었는데, 전반을 마치니 동반자인 친구가 “어, 내 골프백에 예비 신발이 있는데 진작 줄 걸~” 하며 골프화를 꺼내는 게 아닌가. 그 신발은 운좋게 사이즈까지 맞았다. 그 덕분에 코스가 어려운 후반에 전반보다 5타나 줄여 내기의 승자가 됐고, 동반자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샀다.

 

#2 희한한 이유로 골프를 못 친 경우가 1주 후에 또 생겼다

 

아파트 주민들과 친선 라운딩을 하게 됐는데, 문제는 사용 차량. 공교롭게 세 사람이 부인이나 자녀가 그날 불가피하게 차를 써 나머지 한 사람 것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됐다. 그런데 그 차량은 트렁크에 골프백이 두 개밖에 들어가지 않는 ‘볼보’ 승용차였다. 그래서 차량 주인은 풀백, 세 사람은 모두 하프백을 준비해 트렁크에 가까스로 실었다. 나는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과 웨지 각 2개, 퍼터’ 등 정상 클럽의 절반을 가져갔으니 제 실력을 발휘하기는 언감생심. 아니나 다를까, 150~160m를 7번 우드로 컨트롤 샷 하고 110~120m는 8번 아이언을 짧게 잡고 치는 바람에 거리, 방향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골프 못 치는 핑계는 120가지가 된다고 흔히 말한다. 두 가지 희귀한 경험을 한 것을 계기로 갖가지 사례를 모아 보았다. 먼저 가장 흔한 이유부터 보자.

1 잠을 못 자거나 설쳐서(야근, 과음, 놀음 등) 2 아픈 탓에(감기, 몸살, 통증 등) 3 부인이 바가지 긁어서 4 진행이 너무 밀려(특히 파3홀에서 10~20분 대기하거나, 전반 9홀 마치고 그늘집서 20분 이상 쉬면 좋던 리듬 깨짐) 5 그늘집에서 술 마시느라(머리로 열이 올라와 집중력 떨어짐. 특히 막걸리는 이뇨작용이 있어 2~3홀마다 소변을 마렵게 해 샷을 망가뜨림) 6 동반자의 신경 거슬리는 행동이나 말 때문에 7 캐디가 신입이거나, 경력자라도 마음에 안 들어서(퉁명한 대응, 거리 판단 미스 등 서비스 부족) 8 캐디가 너무 예뻐서(괜한 흑심으로 집중력 흐트러짐) 9 날씨 탓(비, 눈, 바람, 황사 등) 10 코스가 너무 어려워(벙커가 많거나 러프가 길거나 익숙하지 않은 양잔디 등) 11 코스에 적응 못 해(이틀 연속 라운딩의 경우, 둘째 날이 첫날보다 코스가 어려우면 4~5타를 까먹기 마련. 이와 반대로 둘째 날이 더 쉽다면 4~5타는 줄일 수 있음) 12 (식사 잘못한 탓인지) 배탈이 나서 13 (라운딩 도중) 가벼운 부상 탓으로 14 모자를 깜빡하고 못 가져와서(쓰던 모자를 안 쓰면 괜히 신경 거슬려 집중력 저하) 15 클럽을 한두 개 집에 두고 와서(마음이 불안한데다 특정거리를 못 맞춤) 16 늘 복용하는 약을 안 먹어서(식후에 고혈압, 당뇨약을 꼭 먹어야 하는데 집에서 약을 가져오지 않은 탓에 라운딩 도중 혈압·혈당 체크로 괜히 신경 거슬림) 17 골프화 때문에(임대 골프화나 새 골프화는 발에 익숙하지 않아 미스샷 유발) 18 휴대폰 벨소리 때문에(라운딩 중에는 진동으로 전환시켜야 하나 어떤 이는 업무상 전화를 받기 위해 ‘소리’로 고정, 동반자 티샷할 때 수신 벨소리로 리듬을 깨는 경우가 더러 있음) 19 라운딩 중 자세 교정하느라(‘백돌이’들이 싱글 핸디캐퍼를 만나면 원포인트 레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지적이라도 라운딩 중의 교정은 오히려 혼란이 와 당일 샷은 망가짐) 20 부인과 오랜만에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눈 탓에(정력 소진) 21 골프장까지 두 시간가량 장거리 운전한 탓에(운전피로가 풀리지 않아 첫홀부터 샷이 잘 안 됨) 22 동반자의 샷 방해(퍼팅 라인에 서 있으면 퍼팅 집중력 떨어짐. 또 어드레스 자세 들어갔는데 옆으로 지나가며 발자국 소리 내면 미스샷 유발) 23 운이 안 좋아서(친 공이 도로나 나무에 맞아 페어웨이가 아닌 반대방향의OB 지역이나 워터 해저드로 빠짐) 24 동반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매너 나쁘거나 말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 등. 어떤 고약한 동반자는 지갑을 안 가져왔다며 티샷 전 돈을 빌렸는데, 전반 9홀 만에 잘 치며 빌려간 돈을 바로 갚아 나머지 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함) 25 접대골프(당연히 잘 칠 수 없음) 26 (집에서) 안경을 안 가져와(목표물이 흐릿하니 정확성이 떨어짐) 27 용변이 마려워서(신경이 예민해져 집중 안 됨) 28 골프 총무하느라(1년에 한 번 있는 대회 치를 때, 총무는 여러모로 바빠 라운딩에 집중할 수 없음) 29 부인 동반하느라(샷을 잘하나, 못하나 여러 가지 신경쓰다 보면 자신의 플레이는 소홀하게 됨)

한여름 골퍼들이 양산을 쓴 채 페어웨이를 걷고 있다.

다음은 흔치 않은 핑곗거리다.

 

30 회원권 시세 때문에(거의 모든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떨어져 회원권을 가진 골프장엘 가면 회원의 기분이 안 좋다. 1억3000만원을 주고 산 회원권 값이 3000만원대로 떨어진 친구에게 라운딩 중 짓궂게 “요즘 이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얼마지?”라고 속을 끓이면 그 친구는 바로 멘붕이 와 OB를 내게 됨) 31 홀컵 정리요원 때문에 (가끔 그린에서 홀컵을 옮기는 직원과 부닥치게 된다. 직원이 퍼팅하는 골퍼의 옆에 바짝 붙어 깃대를 들고 서 있으면 신경이 거슬려 쉬운 1m짜리 퍼팅도 실수하게 됨) 32 처음 본 동반자 낯 가리기(내 친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늘 낯을 가려 핸디캡보다 7~10타 더 치기 일쑤) 33 동반자가 학창시절 짓궂은 에피소드 떠올리며 트라우마를 건드릴 때(예; “너, 고1 때 남성 심벌이 매우 작았었는데…” ) 34 이상한 문자 수신(訃音 등 걱정이 많아짐) 35 회장한테 갑자기 불려가는 바람에(친구들과의 라운딩을 위해 집을 나서는데, 회사 회장에게서 전화와 “갑자기 한 자리 비었는데, 별일 없으면 합류하라” 해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회장을 모시게 됐을 때. 동창생의 경험담) 36 주식 시세 하락(중간에 휴대폰으로 주식 시세 체크했는데 보유 주식이 하락한 데 영향받아 샷이 흔들림) 37 동물들의 방해(샷을 하려는데 연못의 오리가 뛰쳐 오르거나 퍼팅 시 벌레가 기어오거나 벌이나 모기가 귀에 붙는 등. 호주에서 경험한 바로, 티샷한 공을 펠리컨이 알인 줄 알고 물고가 ‘로스트볼’로 벌타 받은 적 있음) 38 비행기, 작업차 등의 방해(비행장 옆 골프장이라면 갑자기 비행기가 이륙하며 굉음을 낼 수 있다. 티샷 하는데 난데없이 작업차가 나타나 집중에 혼란을 주기도) 39 동네 아줌마한테서 전화옴(동반자가 전반을 38타로 마치며 기세 등등했으나 후반에 전화 몇 통 받고 완전 무너졌는데…. 사연인즉, 남의 차를 얻어 타고 오면서 아파트에 주차해 놓은 자신의 차 스몰라이트를 미처 끄지 못함. 그래서 지나가던 동네 아줌마들이 친절하게도 차 유리창에 붙은 휴대폰 번호를 보고 “스몰라이트 끄셔야겠네요~”라고 여러 번 전화를 걸어오는 바람에 좋던 리듬이 깨져 후반에 50타 기록. 요즘 새 차는 라이트가 자동으로 꺼져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음) 40 기온 변화에 따른 옷을 준비 못 해서(초봄이나 초가을, 아침엔 쌀쌀했지만 후반 들어 기온이 10도 이상 오를 경우 반팔이나 가벼운 긴팔 티셔츠를 준비 못 했다면 땀 뻘뻘 흘리며 무너질 수 있음. 모 방송사 사장은 후반에 기온이 크게 올라갔는데도18홀 내내 두꺼운 옷을 입어 전반 39타, 후반 55타를 기록한 것을 목격한 바 있음) 41 갑작스러운 블랙아웃 현상(2012년 LPGA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마지막날 18번홀에서 김인경이 30㎝짜리 퍼팅을 놓쳐 우승을 대만의 쳉야니에게 넘겨줌. 퍼팅하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나도 같은 경험을 한 바 있음) 42 거액의 내기 때문에(스트로크 내기 할 때 돈 잃은 사람이 2배판, 3배판을 불러 1타당 액수가 커지면 샷이 흔들릴 수 있음. 친구들과 1타당 1만원 내기를 하다 마지막 3홀에서는 1타당 3만원짜리를 한 적이 있는데, 손과 가슴이 떨린 경험이 있음) 43 수면제 때문에(어떤 이는 라운딩 전날 푹 자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했는데 수면제를 적게 먹었는지 깊이 못 자고 밤새 자다 깨다 했다고. 이런 탓에 당일 라운딩 중 졸음이 와 샷이 완전히 망가져 동반자들을 즐겁게 해줬음) 44 그늘에 가려(2015년 11월23일 열린 LPGA투어 CME그룹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렉시 톰슨은 마지막 파5홀에서 투온을 시켜 이글 혹은 버디가 예상됐다. 그러나 커다란 나무 그늘이 톰슨의 주변을 덮친 탓에 거리감을 잃은 톰슨은 어이없는 퍼팅으로 파로 마감, 우승 놓쳤음) 45 같은 홀에서 박인비는 2.5m 쉬운 퍼팅을 남겼으나 스트로크 시작하는 찰나에 센바람이 불어 치마가 잠시 흔들, 역시 집중력 흐트러져 버디 놓치고 우승권에서 탈락. 46 작업하는 할머니 때문에(여주썬밸리CC에는 73세의 할머니가 그린 보수를 하는데 퍼팅하기 직전, 그 할머니가 “왼쪽으로 두 컵 봐야 돼~”라고 한마디 거들어 동반자들 ‘빵’ 터짐. 집중력 잃어 쉬운 퍼팅 미스).

마지막으로 추가할 것은 ‘이상하게 안 맞는다’이다. 사실 이상하게 안 맞는 원인불명은 이 세상에 없고, 본인이 이유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여기에 내가 모르는 희귀한 이유를 몇 개 더 붙인다 해도 60개는 넘지 않아 보이니 흔히 골퍼들이 말하는 120가지 핑계는 과장된 것이다. 하여간 골프 못 치더라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 말고 실수를 겸허하게 인정하는 게 다음 라운딩을 위해 좋지 않을까? 물론 위에 적은 핑계들을 잘 외워 사전에 방지, ‘실수의 덫’에 빠지지 않는 게 핸디캡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지만.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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