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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 중계가 지루하다

Edward Kang 2021. 7. 21. 08:00

[박노승 골프칼럼] 한국 골프 중계가 지루하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18번 홀에 설치된 CBS의 중계 타워.

골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는 1934년에 첫 대회가 열렸고 1956년부터 텔레비전 중계가 시작되었다. 마스터스 대회위원회는 화면을 통해서 전달되는 대회 이미지를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끌어 모았다. 경기가 중계되는 시간, 화면에 잡히는 선수, 카메라의 숫자와 위치 등은 물론이고 캐스터와 해설자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어 까지 결정했다. 방송국이 광고를 받는 기업도 사회적인 기업이미지에 따라 마스터스의 최종 합의가 있어야 결정될 수 있었다.

마스터스의 까다로운 중계 조건을 수락하고 중계를 시작한 채널이 CBS인데 1956년 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고 중계권을 지키고 있다. 마스터스와 시청자들은 중계 화면에 만족했고, 훨씬 높은 중계료를 내겠다는 다른 방송사들을 제치고 CBS가 중계하는 것도 전통이 되었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마스터스 홈페이지에서 모든 선수들의 모든 샷을 다시 보기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계방송은 KPGA를 JTBC 골프채널에서 중계하고 KLPGA는 SBS골프가 중계하고 있는데 두 방송사의 중계 방법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선에서는 중계 화면에 잡히는 미디어 조를 미리 정해서 그 선수들 위주로 화면을 내 보내고 예선 통과 후에는 선두의 3조 정도를 집중해서 보여준다.

미디어 조에서 플레이 하는 선수들은 언제나 비슷한 선수들이 편성되는데 매 대회마다 같은 선수들을 봐야 하는 것은 꽤나 지루하므로 예선 일의 중계방송은 흥미를 잃게 된다. 따라서 미디어 조의 선수 선정 때 모든 출전선수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KPGA와 KLPGA는 중계방송에 대한 골프팬들의 만족도를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중계방송이 어떤 것인지 조사해서 중계화면을 재구성해야 한다.

방송사에서는 5시간이 넘는 긴 중계방송의 화면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채워야 손익을 개선할 수 있다. 따라서 최소한의 카메라를 동원하고 그 카메라들이 정해진 선수들을 따라 이동하면서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군데 군데 카메라 타워를 설치하기도 했지만 그 곳에 카메라가 계속 머무르지 않고 거쳐서 지나가는 자리일 뿐이다. 그래서 제한된 숫자의 선수들만 화면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선수를 계속 보여주는 것보다 대회에 나온 모든 선수들을 보는 것이 더 흥미롭다. 차라리 첫 홀에 고정 카메라를 설치하고 출전한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 현재는 성적이 나쁘지만 장래가 유망한 신인 선수를 예상해 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스윙들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선수들도 화면에 나와야 메인 스폰서나 의상 또는 장비의 후원을 받기가 쉬워진다. 예선 일에 성적과 관계없이 인기가 좋은 선수로만 화면을 채우는 것은 승자 독식의 구조와 다를 바 없으며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가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명의 출전선수라도 최소한 한 홀의 플레이가 중계되거나 10초 만이라도 화면에 나오는 것이 보장된다면 스폰서가 없는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스폰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화면 오른쪽 아래 코너의 약식 리더보드에 선수의 이름을 표시하는 방법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선두에 한 명이 있고 공동 2위에 4명이 있을 때 4명의 이름이 리더보드 순서대로 모두 표시되어야 하는데 그 중 에서도 유명한 이름만 한 두 명 나오고 나머지 자리에는 성적이 훨씬 뒤쳐진 다른 유명 선수의 이름이 표시된다.

이런 무원칙 때문에 공동 2위에 올라있는 무명의 선수는 이름을 알릴 기회를 빼앗기는 것이다. 그 선수의 부모나 응원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약식 리더보드는 원래 리더보드의 순위대로만 표시한다는 원칙을 만들어 지킨다면 아무런 불만도 생기지 않는다.

책임이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진 것은 결국 KPGA와 KLPGA의 경영진이다. 방송국에 개선을 요구하고 변화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선수 위원회는 선수들이 원하는 중계화면이 어떤 것인지 의견을 종합해서 투어 사무국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KPGA와 KLPGA는 다음 중계권을 계약할 때 방송국들이 제시하는 중계료만 비교하여 선정해서는 안되며, 시청자와 선수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중계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제출받아 비교해야 할 것이다.

중계 중간에 광고가 들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중계료가 무제한 올라감으로써 너무 긴 시간의 광고가 자주 들어오면 시청자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므로 총 중계시간 대비 광고가 가능한 시간도 사전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 당장 변화가 가능한 것들을 즉시 개선해 주고 계약에 의해서만 가능한 부분은 다음 계약 때 개선하여 KPGA와 KLPGA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바란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