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에 맞아 실명"..누구 책임? '3가지 사례' 비교 [팩트체크]
유동주 기자 입력 2022. 05. 16. 06:00 댓글 14개최근 대기업 임직원이 접대 골프를 치다가 상대방을 실명케 했다는 내용의 증권가 찌라시(정보지)가 돌았다. 홀의 첫 샷인 드라이버 티샷을 할 때 옆에 서 있던 상대방에게 골프공이 그대로 날아가 눈에 맞았다는 내용이었다. 보상문제로 해당 기업이 난처해졌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골프장 실명사고는 관련 판례가 많이 있을 정도로 빈번한 일이다.
2010년 병원장인 남편이 부인과 함께 제약회사 영업담당자들과 골프를 치다가 영업팀장이 친 골프공에 맞아 왼쪽 눈이 실명된 사고가 있었다. 보상협의가 되지 않자 손해배상 소송으로 비화됐는데 당시 법적 쟁점 중 하나는 해당 제약회사가 골프 접대를 금지하고 있었단 점이다.
실명 피해를 입은 병원장 부인은 골프공을 실제로 친 영업팀장, 소속회사인 A약품, 골프장 운영사, 골프장과 배상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등을 공동 피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약품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각자 9000여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골프 접대를 금지했던 A약품에 대해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골프 접대를 하면서 영업담당자들이 회사에 관련 보고를 사전에 보고하거나 비용청구를 별도로 하지 않은 점 △사적 골프였다고 같이 골프를 친 영업담당 이사가 증언한 점 △A약품이 제약협회 회원사로 '의약품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에 따라 의료기관에 대한 골프 접대를 금지하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점 △제약사 직원들이 의약품의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골프 접시 적발시 규약에 따른 제재를 받겠다고 한 점 등 제약사에 유리한 정황을 그대로 인정했다.
비록 형식적으로 보일 수 있더라도 공정경쟁규약과 서약서 등이 이미 문서로 작성돼 있었기 때문에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A약품은 해당 골프 사고와 무관하다는 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었다.
사고를 낸 영업담당자는 부주의와 과실에 의한 실명 사고 유발에 대한 책임이 물론 인정됐다. 이밖에도 골프장 운영사는 캐디의 주의의무 위반 등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 보험사는 골프장에 대한 보험자로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를 낸 영업담당자가 당시 골프를 잘 치지 못했던 사정을 종합해, 실명 사고를 당한 병원장 부인이 공에 맞을 위험성이 있음에도 티샷을 할 때 안전한 곳에 미리 피해있지 않았던 잘못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애초 원고 측이 청구한 금액의 60%만 배상액으로 인정해줬다.
배상액 산정에서 중요한 일실수입(逸失收入:사고발생으로 피해자가 입은 장래 소득 피해)은 병원장 부인이 운영하는 병원 장례식장 수입을 기준으로 약 24%의 노동력 상실로 계산했다. 피해를 입은 병원장 부인이 부동산 임대업도 하고 있었지만 노동력 상실과는 무관한 '무노동 소득'이라고 보고 일실수입에 넣지 않았다.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제주도 서귀포시 나인브릿지(파72·7241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THE CJ CUP'(총상금 975만 달러) 마지막날 경기 18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기사와 사진은 무관)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남편이 친 멀리건(벌타 없이 다시 치는 티샷)에 부인이 맞아 실명한 경우도 골프장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있다. 캐디의 부주의함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묻는 것이다.
2010년 법원은 남편의 티샷에 코뼈가 부러지고 실명까지 한 부인과 자녀 3명이 공동 원고로 골프장 운영사와 캐디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골프장 측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 캐디 2명은 남성 티샷구역 보다 앞쪽에 있는 여성 티샷구역에 있던 피해자 원고가 잘못 날아온 골프공에 대비해 나무 등의 뒤로 몸을 피하도록 조치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캐디들의 사용자인 골프장 운영사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남편이 멀리건을 임의로 쳐서 갑작스레 사고가 나 미리 대비를 하지 못했다는 캐디들의 항변에 대해선 "피고 캐디들은 남편의 멀리건을 명시적락했거나 묵시적으로 용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를 입은 원고도 남편의 티샷 지점 후방에서 대기한 후 이동해야하는데 전방에 그대로 서서 기다려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으므로 30%의 책임이 있다"며 "나머지 70% 책임에 대해서 남편과 운영사가 반반씩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해 골프장 배상책임을 35%로 봤다. 원고인 부인은 3억3400여만원의 손해액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9500만원으로 손해액을 제한하는 화해권고를 결정했다.
(기사와 사진 무관) (KLPGA 제공) 2021.7.30/뉴스1골프채에 맞아 실명한 캐디가 골프장과 경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한 경우도 있다. 2009년 자신이 일하는 골프장에서 대기 중이던 캐디가 연습스윙을 하다 경기자가 휘두른 골프채에 한쪽 눈을 맞아 실명돼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통해 캐디는 골프장과 해당 가해자로부터 각각 5600여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사고를 당한 캐디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도 1년넘게 근무하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임무를 숙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 원인이 됐다"며 피고들의 책임 범위를 60%로 제한했다. 가해자는 별도의 형사판결로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한 관람객이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제10회 2022 더 골프쇼 프리시즌'을 찾아 스크린골프를 체험하고 있다. (기사와 사진 무관) 2022.2.17/뉴스1
필드가 아닌 스크린 골프장에서도 실명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2012년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스윙을 하다 골프채에서 분리된 헤드부분에 눈을 맞아 실명된 40대 의사가 스크린골프장 주인과 스크린골프 시스템 제작업체, 골프채 수입판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수년간 골프를 쳤던 원고는 정상적 스윙을 했는데도 갑자기 헤드 부분이 공에 맞지 않은 채로 골프채에서 분리돼 나무 재질의 바닥에 맞고 튀어올라 원고의 눈에 맞았다"며 "스크린골프는 좁은 실내에서 행해져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하는 운동인데 운영자들이 골프채 점검을 소홀히 해 이용자의 안전을 보호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스크린골프 시스템 업체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았다. 분리된 헤드가 부딪친 바닥 부분은 스크린골프 시스템의 구성부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골프채 수입판매사에 대해서도 책임이 없다고 봤다. 다수의 이용자가 해당 골프채를 쓰면서 헤드부분이 쉽게 분리될 정도로 제대로 조여있지 않아 발생한 사고여서 골프채 수입판매사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단 논리였다. 재판부는 골프장 주인에게만 1억1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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