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세일즈 교육, 무엇이 다른가?
삼성전자가 자사의 대리점 영업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4박5일간 ‘고객맞춤 세일즈’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을 단행본에 맞게 보완·정리해 『삼성전자 고객맞춤 세일즈』라는 제목으로 발간했다. 이 책을 보면서 우선 기업 내부 노하우를, 더욱이 핵심 역량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고유의 세일즈 노하우를 과감하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기업간에 지식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국내 최고의 마케터와 영업맨들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의 ‘영업·마케팅 사관학교’로까지 불리는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의 세일즈 교육 프로그램이 실제 교육을 받는 것처럼 펼쳐진다. 이 ‘고객맞춤 세일즈’ 교육 프로그램은 삼성전자의 각 판매점에서 상위 20%에 해당하는 우수 세일즈맨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어떻게 영업을 수행하는지 조사하여 그들의 판매방법, 고객상담 기법 등을 연구한 끝에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의 하나는 서술 형식에서도 실제 교육을 받는 것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연구한 데 있다. 실제 상황과 똑같은 교육을 받는 주인공 ‘이영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현장감 있게 읽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했으며 삽화와 도표를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불황일수록 절실한 영업 조직의 강화
“IMF보다 더 하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황의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기업은 우수한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 못지않게 시장에 출시한 상품을 제때 적합한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영업 전략이 필요할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현란한 광고와 이해할 수 없는 전문 용어, 충동적인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선전 문구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고객맞춤 세일즈는 형식적이고 누구나 다하는 친절과 천편일률적인 상품 매뉴얼 설명에 의존했던 과거의 방법에서 벗어나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를 파악해 상품을 추천하고, 혜택 중심으로 판매하는 새로운 개념의 영업 기준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교육 후 판매량 13%, 매출액 21% 향상
고객맞춤 세일즈 교육에서는 실제 세일즈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 교육생이 직접 참여하여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세일즈 교육에는 역할 연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도 전체적으로 시범을 보이기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역할 연기에 참여해야 효과가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4박5일간의 교육은 고객맞춤 세일즈 한 가지만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훈련받도록 편성되어 있다.
첫째날과 둘째날은 기본적인 세일즈 마인드와 이미지 메이킹에 대해 짚어주고, 셋째날부터 본격적인 고객맞춤 세일즈를 배운다. 고객의 마음을 열어 질문을 통해 고객의 필요를 파악하고, 필요에 맞는 상품을 추천, 고객의 입장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설명하는 고객과 세일즈맨이 공감을 이루어내는 5단계의 고객맞춤 세일즈 과정이 이 책의 핵심이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이를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제 역할 연기 시나리오를 그대로 실었다.
저자는 이 프로그램의 효과가 판매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성과 분석 결과, 교육 과정에 참가한 대상자는 교육을 받기 전에 비해 판매량(13%)과 매출액(21%)이 늘어났다. 교육을 받지 않은 대상자에 비해서도 판매량이 22%, 매출액은 무려 28%나 높게 나왔다고 한다. 가장 큰 성과는 많은 영업 직원들이 고객맞춤 세일즈 교육에 참가한 이후, 영업에 대해 부정적이던 기존의 마인드가 변화되었고 고객과의 상담 기술도 크게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고객의 일상까지도 챙기는 ‘고객 컨설턴트’
세일즈맨은 사람을 잘 다루는 기술을 갖춘 인간관계 전문가이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니즈(needs), 즉 ‘원하는 것’을 파악해 그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solution)을 찾아 구매하도록 도와주는 컨설턴트인 셈이다. 또한 고객의 개인 성향에 따라 창조적인 역할 연기까지 해야 하는 탤런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세일즈맨이 갖추어야 할 능력을 ‘SALES’의 각 철자를 앞 글자로 내세워 다음과 같이 5가지로 요약했다.
·Skill(세일즈 스킬): 잠재 고객을 발굴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상품의 가치를 설득한다.
·Attitude(세일즈 매너): 세일즈맨의 일상은 고객을 만나는 일로 시작해서 고객을 만나는 일로 끝난다. 그러므로 항상 고객에 따라 복장이나 태도, 언어를 적절하게 연출해야 한다.
·Love product(상품 지식):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을 연구하고, 사용 방법에 따라 세일즈 포인트를 찾아내는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Energy(판매 열정): 세일즈 행위는 짧은 기간에 성과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만큼 판매하겠다는 목표의식을 세워야 한다.
·Smile(고객 감성): 기업은 80%의 지성과 20%의 감성으로 고객에게 다가가 상품을 판매하지만, 고객은 역으로 80%의 감성과 20%의 지성에 의해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상 모든 사람은 소비자와 세일즈맨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프로 세일즈맨 역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전문 영역이 아닌 분야에서는 소비자일 따름이다. 상품의 기능만을 앵무새처럼 쏟아내는 세일즈맨, ‘팔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무책임한 세일즈맨, 불충분한 상품 지식으로 신뢰를 주지 못하는 세일즈맨은 고객이 외면하기 마련이다.
고객과 공감을 나누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세일즈맨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깔끔한 매너, 자신이 취급하는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과 전문적인 지식, 고객의 문제를 자신의 상품과 정보를 총동원하여 해결하려는 열정, 그리고 고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따뜻한 미소를 지닌 세일즈맨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컨설턴트로서의 세일즈맨이다.
이 밖에도 고객 욕구의 5단계, 고객맞춤 세일즈 5단계, 6박스 질문법, 베스트 플랜(Best Plan)을 그려주어라,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라, FAB 공식(기능 Featuer, 장점 Advantage, 혜택 Benefit)을 통해 고객을 설득하라 등의 내용도 실제 세일즈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객 감성을 자극하라’는 부분에서 언급된 재미있는 일화 한가지를 소개하겠다. 주부들 사이에서 롱코트가 한창 인기를 끌었던 당시, 모피 반코트가 잘 팔리지 않자 한 의류업체에서 이 상품을 홈쇼핑에 의뢰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홈쇼핑 방송이 나가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관계자들조차도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만들어낸 데에는 쇼핑호스트의 멋진 한 마디가 있었다.
“이 모피 반코트는 주부님들이 시장에 가시거나 집 근처에 잠깐 외출하실 때 아주 편안하고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코트입니다. 그동안 롱코트 입고 시장 다니시기 불편하셨죠? 이제 이 모피 반코트를 입고 편안하게 시장에 나가시기 바랍니다.”
삼성전자가 이 책을 통해 사내의 대리점 영업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교육 내용을 공개하게 된 것은, 자사의 고객맞춤 세일즈 교육의 효과를 국내 모든 기업과 세일즈맨들에게 알리고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요약해보자.
첫째, 시장 여건과 고객의 변화에 따라 마케팅과 세일즈도 변해야 한다.
둘째, 상품 중심의 세일즈에서 고객맞춤 세일즈로 발전해야 한다.
셋째, 고객맞춤 세일즈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에 따라 맞춤 판매를 하는 것이므로 질문을 통해 고객의 필요를 파악해 혜택 중심으로 상품을 설명해야 한다.
넷째, 세일즈맨은 전문적인 상품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고객 컨설턴트로 거듭나야 한다.
다섯째, 많은 세일즈맨들이 일류 세일즈맨이 될 수 있도록 기업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책은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고 직접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특히 소비재 상품을 취급하는 회사의 경영자와 영업부서 실무 책임자, 세일즈 교육 담당자들한테 풍부한 사례와 일목요연한 정리로 세일즈 교재로 쓰기에 충분할 것이다. 아울러 매장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와 작은 규모라 할지라도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한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적인 CEO 중에는 세일즈맨 출신이 많다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엄격한 신분차별에 따라 선비를 우대한 반면 상인을 천하게 여겨왔다. 이러한 잘못된 직업관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너나할 것 없이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하거나 장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세일즈맨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특히 세계 초일류 기업의 설립자나 CEO 중에 세일즈맨 출신들이 많다. 이처럼 세일즈가 성공으로 갈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세일즈맨이 점차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영의 신’으로 일본 재계에서 추앙받는 마쓰시타도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오사카의 한 자전거 점포에서 점원으로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장사란 무엇이고, 어떤 비즈니스가 고객에게 잘 먹히는지를 조금씩 터득해서 마침내 ‘마쓰시타전기’를 세계 굴지의 가전회사로 키우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할인점 ‘월마트’를 세운 샘 월턴도 ‘JC페니’ 백화점의 점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백화점 설립자인 페니에게서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 상품을 설명하는 방법, 포장하고 인사하는 요령에 이르기까지 세일즈의 기초부터 배워서 JC페니의 점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자신의 고향인 아칸소주의 작은 마을로 돌아가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한 ‘월마트’를 운영하기 시작한다. 아직도 월마트에서는 샘 월턴이 점원 시절 JC페니에서 배웠던 판매 기술과 서비스가 전수되고 있다.
끝으로 이 책이 세일즈맨의 자부심을 키우고 영업에 강한 한국 기업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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