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은 더 이상 오토바이를 팔지 않는다. 자유와 반항의 이미지를 판다고 하는 게 맞다. 고객들은 나이키를 통해 도전 정신을 구입하고, 스타벅스를 통해 세련된 여유 한잔을 산다. 고객의 니즈가 달라졌고, 고객의 수준이 높아졌고, 고객의 변화가 빨라졌다. 까닥 잘못하면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도 장담할 수 없는 판국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고객의 감성을 읽어야 하고, 정확하게 구현해 전달해야 한다. 숫자, 통계, 분석을 넘어서야 한다. 고객과 공감하고 상상력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CEO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CEO가 시대를 읽어내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그렇다고 혼자서는 안 되며, 화이부동(和而不同) 할 수 있는 똑똑한 인재들이 필요하다. 조직 문화는 더욱 중요하다. 훌륭한 인재들이 신명나게 일하는 직장을 제공하는 기업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
< 목 차 >
Ⅰ. 고객 가치 창조와 상상력
Ⅱ. 창조 경영의 두 날개, 상상과 공감의 균형
Ⅲ. 창조 경영의 성공 요건
Ⅳ. 맺음말
Ⅰ. 고객 가치 창조와 상상력
‘기업하기’ 어려워진 시대
요즘처럼 기업하기 어려운 시대가 또 있을까. 고객의 취향이 개인화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은 보편화되고 시장엔 물건이 넘쳐난다. 경쟁이 글로벌화되고 시장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들은 끊임없는 생존의 위협과 함께 더욱 강력해진 변화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디로 가야 할까?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고객이기에 문제의 열쇠 또한 고객이 쥐고 있다.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을 주면 된다. 너무 간단한 답으로 보이는가? 하지만 실제로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 싸게 만들면 되는가? 첨단 기술이면 고객이 만족하는가? 전에 없던 새로운 물건이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가?
싸다고 팔리던 시기는 일찌감치 지나갔다. 저가 정책을 고수하다 2004년 사실상 파산에 이르렀던 일본 대형 슈퍼마켓 다이에(大榮)를 보라. 첨단 기술도 마찬가지다. 1인용 스쿠터 세그웨이(Segway)는 2002년 출시 당시에는 도심의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소개되었다. 하지만 18개월 동안 6,000대에 불과한 판매 실적을 올렸을 뿐이다. 새로운 제품은 어떨까? 미국에서는 매년 3만개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중에서 70~80%는 출시 한 지 1년 안에 사라진다고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주 뛰어나거나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연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니즈와 중요해지는 감성 가치
고객 만족 경영의 전문가인 칼 알브레히트(Karl Albrecht)는 “고객의 기대는 진화한다”라고 말한다. 고객의 니즈는 그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잘 나가던 제품과 서비스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사례들을 보면서 그 변화 속도의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 고객의 니즈가 이렇게 빠르게 바뀌는 데는 일정 부분 기술 발전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패션이나 화장품 등 기술 발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산업 분야에서도 제품의 디자인이나 기능에 대한 고객의 니즈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객 니즈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그 변화 속에서 한가지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감성 가치가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의 저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난과 배고픔이 사라진 세계에서 소비자들은 재미와 스릴, 사랑과 윤리적 자부심 같은 정서적 만족을 원하고 있다.” 굳이 학자들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언제부턴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과 기능보다 그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자 제품 하나를 사도 디자인을 먼저 보고, 레스토랑에 가도 음악과 분위기가 좋은 곳을 선호하는 자신을 말이다.
시장조사의 한계와 상상력의 대두
고객의 니즈가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에 감성 가치가 중요해진 지금,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 무엇을 원하게 될지 파악하는 작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고객을 파악하기 위해 주로 시장 조사(marketing research)를 활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시장 조사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고객 스스로도 자신의 니즈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과거의 수치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통계적 기법의 유용성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과학적 분석으로는 고객의 내밀한 심리와 감성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객 스스로가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면 시장조사 과정에서 솔직하게 대답한다 하여도 그 대답 자체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될 것이다. 한편 통계적 분석은 과거의 경향성이 반복된다는 전제 위에서 의미가 있는데, 요즘 시대의 변화는 일정한 규칙을 갖지 않으며 속도 또한 빠르기 때문에 시장조사 결과가 나올 때 쯤 그 결과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다. 또한 컴퓨터나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다 이해하지 못하듯이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하는 과학적 분석은 고객의 감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들이 새로 들고 나온 타개책이 바로 상상력이요, 창조경영이다. 다른 말로 ‘상상경영’이며 ‘창의경영’이다. 창조경영은 ‘고객가치 창조경영’의 준말로도 쓰이지만 여기서는 ‘창조성을 강조하는 경영’으로 정의하고 창의경영과 동의어로 본다. 또한 창조성과 창의성은 엄밀히 말하면 조금 차이가 있으나 여기서는 창조성으로 통일해서 사용한다. 용어가 어찌되었든 간에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알기 어려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상상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목표가 분명하고 무기까지 주어졌는데, 어찌된 일인지 결과는 신통치가 않다. 세계경영연구원이 2008년 5월 국내 기업 CEO 1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설문 대상 CEO의 97%가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창조경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단 한번이라도 성공해 본 경험이 있는 CEO는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 경험의 지속 여부와 효과까지를 고려한다면 실제로 창조경영이라는 맥락에서 성공하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으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상상력이라는 무기에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이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까?
Ⅱ. 창조 경영의 양 날개, 상상과 공감의 균형
상상력의 힘은 강하다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 분야를 보면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 시리즈는 소설, 영화, 게임 등으로 만들어지며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약 308조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한민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231조원 정도였다.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2006년 매출은 34조원으로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 인텔의 매출 30조원을 앞질렀다. 해리포터와 디즈니랜드는 모두 상상력만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조했다. 그렇다면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상상력은 이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할까?
1995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검색 엔진을 개발했던 야후는 2001년 인터넷의 확산에 발맞추어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야후는 곧 검색엔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미디어 방면의 투자를 늘린다. 대부분의 포털 웹사이트들이 그랬듯이 야후도 검색 기능은 곧 일상적인 서비스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그 때 구글이 등장한다. 구글은 검색 시장의 성장성을 예측하고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검색되는 최강의 엔진을 제공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글은 빠르고 정확한 검색을 위해서 당시 검색 포털의 유일한 돈벌이인 배너광고를 포기한다. 배너광고가 있으면 페이지가 뜨는 시간이 길어질뿐만 아니라 검색과 상관 없는 광고를 사용자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검색의 정확성도 떨어지게 된다. 배너 광고와 함께 사라진 수익원은 키워드 광고가 대체하였다.
이렇게 하여 그 당시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빨리 떠나게 하는 검색 포털’이 탄생하게 된다. 다른 포털 사이트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포털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할까’에 골몰하고 있을 때다. 구글은 검색 시장의 미래와 검색에 대한 사용자의 니즈가 어떻게 변화해갈지를 정확히 예측한 사례이다. 이후에도 구글은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인공위성 사진을 보여주는 구글어스(Google Earth), 3D 가상 현실 서비스 라이블리(Lively) 등 시대를 앞서가는 서비스들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2008년 현재 구글은 미국 웹 검색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고, 야후의 시장 점유율은 20%대에 불과하다. 2000년대 초반 구글에게 있었고 야후에겐 없었던 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하지만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후발주자 구글은 상상력에 힘입어 경쟁사를 제치고 검색 분야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이처럼 상상력의 힘은 세다. 하지만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그럴까? 상상력은 기본적으로 미래지향적이며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상상력이 창조경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성 혹은 현실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허황되거나 고객의 니즈와 동떨어진 상상이면 곤란하다. 또한 감성 가치가 중요시되는 이 시대에는 ‘고객의 감성까지 읽는 상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앞서 이야기한 세그웨이가 실패했던 원인을 한번 살펴보자. 세그웨이는 첨단 1인용 전동 스쿠터다. 미국의 발명가 딘 카멘(Dean Kamen)이 2001년 발명한 것으로 여러가지 혁신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오뚝이와 같은 균형 메커니즘을 이용해 탑승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하였으며 몸을 앞뒤로 기울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나아가거나 방향전환이 되고 정지할 수 있다. 세그웨이는 도시의 출퇴근 광경을 바꿀 가장 혁신적인 제품의 하나로 전문가들에 의해 예찬되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 같은 사람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정도였다. 하지만 18개월 동안의 판매 실적은 기대의 1/10에도 못 미치는 6,000여대에 불과했다.
세그웨이는 상상력이 기술력과 어우러진 가장 혁신적 제품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세그웨이는 도시 통근자들에게서 그 필요성과 실용성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새로운 운전 방식에 대한 적응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세그웨이는 사용상 여러가지 불편함과 품위를 해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배터리는 2~6시간 밖에 지속되지 못했고, 약 500번 정도 충전 후에는 교체해야 했다. 도난의 위험성에도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그웨이를 타는 모습이 그다지 근사하거나 우아하지 않다. 한두 번 재미로 타는 것은 모르겠지만 매일 출퇴근에 이용하기에는 많이 부담스럽다. 미국의 한 네티즌은 “한번 타볼 수는 있겠지, 하지만 절대 타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멍텅구리처럼 보일 테니까(I’d like to try it, but I’d never use it because I’d look like a nerd)”라고 느낌을 말한다. 한마디로 세그웨이는 고객이 처하게 될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했다. 현재 세그웨이는 빠른 출동, 이동을 필요로 하는 경호나 경비 등 제한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출시되는 3만개의 신제품 중 70~80%가 1년 내에 실패하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 아니다. 실패하는 제품의 상당수가 상상력을 한껏 뽐내 새로움만을 강조할 뿐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객과 공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상상력은 창조경영의 한쪽 날개에 불과하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객이 제품에서 무엇을 느끼게 될지 파악하도록 도와주는 공감은 창조경영의 다른 쪽 날개이다.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 속마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점점 많은 기업들이 고객을 더 잘 알기 위해 고객을 보다 세밀하게 관찰하는 동시에 고객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즉, 고객과 공감하려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
노키아(Nokia)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통해 각 지역의 문화와 고객의 니즈를 먼저 읽고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지에서 고용된 디자이너와 인류학 및 심리학 전문가들이 디자인 스튜디오의 식구들이다. 이들은 현지조사 방법(field work)를 이용한 고객 체험과 관찰을 통해 그 나라의 소비자 패턴, 의사 소통 방식 등을 파악한 후 개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이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세련된 디자인의 ‘노키아2630’을 개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도에서는 휴대폰이 신분을 표시하는 도구라는 점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가족이나 마을 구성원들이 휴대폰 하나를 공유하는 일이 흔하다는 사실을 파악해서 그룹별 전화번호 입력 서비스를 갖춘 ‘노키아1200’, ‘노키아1208’을 개발했다.
오래 전부터 PPR(People and Practice Research) 팀을 통해 인류학의 현지 조사 방법을 고객 조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인텔이나 ‘디자인 이사회(design board)’를 운영하며 고객의 필요를 먼저 생각하고 읽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P&G는 또 다른 글로벌 기업사례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이러한 예가 늘고 있다. LG전자는 각국 고객의 생활방식을 직접 체험하고 면밀히 관찰해 그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LSR(Life Soft Research)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KT는 ‘가치혁신센터’를 만들고 소비자 동행관찰(shadowing), 행동 촬영, 선도사용자 관찰 및 인터뷰 등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닌텐도(Nitendo)의 사례를 살펴보면 고객과 공감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닌텐도는 2004년까지 콘솔 게임기 경쟁에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이에 끼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닌텐도의 게임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04년 말 출시된 닌텐도 DS와 2006년 출시된 닌텐도 Wii는 쓰러져가는 닌텐도를 되살릴 만큼 성공적이었다.
닌텐도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욱 발전된 게임을 내놓았기 때문일까? 아니다. 닌텐도는 오히려 화려하지 않은 게임으로 승부를 걸었다. 대신 게임을 하지 않는 대중을 고객으로 설정하고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제공에 주력했다. 즉, 간편한 사용법으로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연령층에 어필하였으며,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콘텐츠로 폭력성을 싫어하는 여성층의 관심을 얻었다. 교육용 타이틀을 출시하는 등 교육적인 면도 강조했다. 또한 닌텐도 Wii의 경우, 몸으로 하는 게임이기에 ‘게임은 가만히 앉아만 있게 되므로 건강에 나쁘다’라고 우려하는 부모의 마음도 안심시킬 수 있었다. 닌텐도 Wii는 2007년 말까지 전세계에 2,000만대가 판매되었다. 닌텐도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과 게임의 부정적인 요소를 걱정하는 여성과 부모들의 마음을 읽어냈기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Ⅲ. 창조 경영의 성공 요건
지금까지 창조경영을 위해 상상과 공감이 왜 필요한지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상상력은 ‘현실성을 갖춘 상상력’이어야 하며 또 ‘감성까지 읽어 내는 상상력’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상상과 공감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아무리 좋은 것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부터는 창조경영을 구체적으로 실행함에 있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CEO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기업을 변화시켜나가는 데 있어 CEO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장이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배는 필경 난파되거나 바다 한 가운데서 길을 잃을 것이다. 80년대 노키아 그룹이 무분별한 사업 확대로 도산 위기에 봉착하였을 때 신임 CEO로 부임한 요르마 올리라(Jorma Ollila) 회장은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120년간 공을 들인 주력사업인 펄프, 목재, 고무를 포기하고 성장성이 높아 보이는 가전 및 컴퓨터 분야까지 접는다. 대신 당시 틈새에 불과했던 휴대폰 사업에 승부를 건다.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르마는 미래 휴대폰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휴대폰 하나에 올인한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업체는 이렇게 하여 탄생할 수 있었다.
셰이크 모하메드(Sheikh Mohammad)가 없었다면 ‘두바이(Dubai)의 기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 자본과 사람을 끌어들이는 탁월한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작은 사막 도시를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사막에 스키장을 만들고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을 짓는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손님을 불러 모으기는커녕 공사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셰이크 모하메드의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인구 140만 명의 두바이에는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현재 두바이에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Burj Dubai), 지상 최대의 인공 해양도시인 워터 프런트(Water Front), 세계 최초의 수중 호텔인 두바이 하이드로폴리스(Dubai Hydropolis) 등이 건설 중에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폭이 넓어지는 요즘, CEO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보다 통찰력과 빠른 결단력이다.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대에 공감하여 흐름을 읽어내고 새로운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상상력이 절실하다. CEO(Chief Executive Officer)가 아니라 CEO(Chief Empathy Officer·최고공감책임자)가 되어야 하며 CIO(Chief Imagination Officer·최고상상력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창조적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창조적 인재는 상상력만이 아니라 공감 능력을 균형적으로 갖춘 인재이며, 이러한 인재들이 신명나게 일하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창조적 조직이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가 되겠지만 창조적 조직을 만든 연후에 비로소 창조적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포춘(Fortune)이 2007년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선정한 구글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러한 창조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다양한 배경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포츠와 디지털의 이종결합으로 탄생한 ‘나이키 아이팟 스포츠키트(Nike iPod Sports kit)’가 그렇듯이 창조는 기본적으로 전혀 연관이 없는 두 가지가 하나로 합쳐져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디자인 전문기업 아이디오(IDEO)는 다양한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문학, 인간공학,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브레인 스토밍(brainstorming)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서로 능력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이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동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동안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느끼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둘째, 남의 이야기에 경청할 수 있는 협조적인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만약 당신이 창조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다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 위해 혁신에 필요한 모든 조건들을 갖추어줘야 한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경청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경청은 마음 속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유일한 열쇠다. 따라서 경청이 있음으로 소통이 가능하고, 소통이 가능하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공감대 형성과 지식의 공유가 이뤄질 수 있다. 경청은 스스로 학습하는 조직, 나아가 스스로 창조하는 조직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제각기 다양한 능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를 뽑아 놓았지만 그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협조하지 못한다면 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구글의 면접은 약 7, 8회에 걸쳐 진행되는데 임원들 의견보다는 인터뷰에 참석한 동료 직원들의 의견이 평가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업무에 대한 창조적 재능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협조하는데 적극적이며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인재를 구글은 최고의 인재로 여기고 있다.
셋째,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고 실질적인 권한을 아래로 많이 넘겨주어야 한다. 위계와 명령은 ‘창조성을 죽이는 주범’이다. 아직도 많은 CEO들이 조직이 창조적이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명령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지나친 욕심이다. 창조적 인재들은 명령이 아닌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감하고 설득된다. 앞서 살펴본 아이디오와 구글은 모두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이디오의 경우 조직은 수평적이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업무가 주어지면 최대한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로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하여 일에 투입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넷째, 여유를 가지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제공해야 한다.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는 마음이 여유롭고 즐거울 때 가능하다. 하루하루 업무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기대하기 힘들다. 3M은 근무 시간의 15%를, 구글은 20%를 업무와 관련 없는 다른 일을 하도록 아예 제도를 만들어 장려하고 있다. 3M의 최고 히트상품인 포스트잇은 ‘15% 룰’의 산물이며, 구글에서 나오는 새로운 서비스의 절반 가량이 20% 원칙에 의해 태어났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애드센스(Ad Sense), 구글뉴스(Google News), 지메일(Gmail), 구글맵스(Google Maps) 등이 20% 원칙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또한 구글은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사무실을 마치 놀이터처럼 꾸민 것으로 유명하다. 일과 놀이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는 구글 사무실에서 직원들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근무한다.
다섯째, 아이디어에 대한 명확한 보상과 함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예부터 사람을 부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논공행상(論功行賞)이라고 했다. 적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구글은 아이디어 인큐베이터인 구글랩(Google Lab)을 통하여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과 함께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창조성을 자극한다. 성공한 사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가장 우수한 사업 능력을 발휘한 직원을 분기마다 선정하여 수백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실패에 대한 3M의 대응 역시 직원들의 도전 정신을 북돋는다. 3M은 최선을 다 했지만 실패한 연구원에게 ‘실패 파티’를 열어 주고 실패로부터 배울 것을 주문하는 ‘잘 의도된 실패(well-intentioned failure)’라는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일회적인 활동으로 끝나지 않고 기업의 관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과제다. 구글과 3M처럼 창조성을 자극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여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기업의 관습은 곧 기업의 문화이다. 기업의 문화는 기업의 생각과 행동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됨으로써 일정한 색깔과 스타일을 갖게 된 것으로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거나 고쳐지지 않는다. 흔히들 습관 고치기가 죽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하물며 사람의 집합인 기업의 습관 고치기는 얼마나 어렵겠는가? 기업 문화 만들기는 CEO의 탁월한 리더십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Ⅳ. 맺음말
이해를 넘어 공감으로, 분석을 넘어 상상으로
고객의 니즈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감성 가치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을 과학적으로만 분석하려고 하는 기업이 있다. 숫자와 통계로만 소비자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기업이 있다.
이제 이해에 공감을 더하고, 분석에 상상을 조화시키는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동안 이해를 통해 고객의 이성적 가치를 읽었다면 이제 공감을 통해 감성 가치를 읽어야 한다. 분석을 통해 시장을 예측했다면 상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공감과 상상은 새로운 고객 가치 창조의 양 날개이며, 고객중심주의의 핵심이다.
GE는 회사를 먹여 살릴 창조적 지식을 발굴해서 실제 사업화 하기 위해 ‘상상력 돌파(Imagination Breakthrough)’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점점 많은 기업들이 고객과 더불어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끊임없는 실천으로 기업의 운명을 바꾸자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한다. 창조경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면 생각이 바뀐 셈이다. 이제 행동을 시작할 차례이다. 우선 CEO부터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좋은 인재를 뽑아서 보충하면 된다. 좋은 인재와 오랫동안 함께 일하기 위해선 그들이 신나게 일하며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주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단 이러한 노력들은 절대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 그래야 그것이 기업의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되어 결국에는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LG경제연구원
출처 : 나도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
글쓴이 : 사랑방주인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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