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 강태영의 서비스 경영

Service Management/Service Plaza

[스크랩] 고객 행복 이야기, 잃어버린 휴대폰

Edward Kang 2009. 7. 6. 20:21

"안녕하십니까? 상담사 남현영입니다"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헤드셋 건너편에서 떨리는 듯 다급한 여자못고리가 들어왔다.

"저... 휴대폰을 분실했어요. 친구한테 들어보니까 분실 폰 위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던데..."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짜 그런 게 있나 반신반의하는 목소리였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터라 나는 머릿속에 있는 업무 지식을 최대한 끌어내서 대답을 했다.
“물론 가능합니다. 혹시 분실신고 전에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하신 적이 있나요?”
다행히 고객은 서비스에 가입돼 있다고 했다. 가입 절차를 안내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빠르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우선 분실신고를 먼저 하시고요. 멤버스닷컴이나 ARS, 또는 주변에 KTF를 사용하는 친구 분이 있으면 그 전화로 위치 조회를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조금 곤란한 듯했다. 사이트에 회원 가입도 안 되어 있고 주변에 KTF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휴대폰을 구입한지도 얼마 안 되어 꼭 찾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누가 들고 간 것 같은데 위치만 알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자신이 전화기를 꼭 찾아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입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고객님, 그럼 제가 직접 테스트 해 드릴게요.”

아직 한 번도 그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없어 걱정되긴 했지만, 그 날 따라 왠지 그 일을 내가 처리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처리해주고 싶었다. 고객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한 후 테스트 폰을 찾아봤다. 하지만 그 휴대폰은 ‘친구찾기’ 서비스가 가입돼 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내 전화기로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고객님, 분실하신 번호가 몇 번입니까?”
“제가 우선 발신 정지부터 해드릴게요.”
“지금 제가 위치를 확인해 보니 ○○시 ○○동 어느 건물 근처에 있습니다. 정확한 건 아니니 참고 부탁드려요.”
차근차근 순서대로 분실 휴대폰을 찾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바로 전화기를 찾지는 못했지만 고객은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면서 상담을 끝냈다. 왠지 마음이 뿌듯했고 그것으로 내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 날 저녁 ‘띠리링~’하고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전화번호였지만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01○-5○○-6○○○ 번호 전화기를 찾는다면서 문자가 왔던 데 명의자랑 무슨 관계세요?”
굵직한 남자 목소리였다.

순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6○○○라는 번호는 회사에서 분실 폰 위치를 확인했던 바로 그 번호였다.
다시 한 번 머릿속에 있는 업무지식을 끄집어내 봤다. 그 결과 위치 확인을 하게 되면 분실 폰으로 ‘지금 그 폰은 분실되었고 이 번호가 폰을 조회하고 있다’는 그런 문자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아, 이게 왜 지금 생각났을까?’

지금 그 남자는 분실 폰을 들고서 내 번호가 폰을 조회 중이라서 무슨 관계인지 탐색 차 전화를 한 것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 상담사라고 말을 하면 왠지 안 돌려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분실 폰 명의자와 잘 아는 사람인 척했다.

“아는 사람 폰인데 분실했다고 하기에 대신 조회해 준 거예요. 그러는 그쪽은 왜 제 친구 폰을 가지고 계신 거죠?”
조금 따지듯 대답을 하자 놀란 듯 대답을 해 주었다. 사실 자신도 명의자 친구인데 말하고 들고 간다는 게 깜빡해서 따로 연락을 못했는데 분실 폰으로 위치 조회하고 있다는 문자가 와서 놀랬다고 한다.

상대방은 자신이 이 아무개이고 안 그래도 친구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근무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너무 일찍 고객에게 전화를 하면 실례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무시간이 시작되자마자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폰을 찾았는지부터 물어봤다. 그러면서 어제 친구 이 아무개에게서 전화 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고객은 친구에게 전화 받았고 찾아서 너무 기쁘다면서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하루 만에 돌아온 휴대폰이 어찌나 반갑던지. 내 손으로 정지한 폰을 다시 내 손으로 복구하고 휴대폰 잘 사용하라는 안내와 함께 상담을 마쳤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나에겐 정말 소중한 추억이다. 요즘도 가끔 상담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면 그 때의 일을 떠올린다. 그 때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았더라도 고객은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질수록 고객을 대하는 게 어렵고 힘들지만, 한 번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면 훨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혁신리더 2009년 1월호 - 

출처 : 서비스인의 쉼터, STAR Club
글쓴이 : 조수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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