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객 만족만이 살길"…
문턱 낮추기 경쟁일시적 자금난 개인·기업 대출만기 연장·신규 대출
본부 인력 일선점포 배치·中企와 상생협력 노력도
“고객을 감동시켜라! 그래야 불황을 뚫는다.”
2009년을 맞은 금융권에 떨어진 지상명령이다. 이는 지난해 펀드 사태와 불완전판매 논란, ‘키코’(KIKO) 사태 등을 둘러싸고 중소기업 등 고객과 소송 전까지 불사하면서 빗발치는 비난을 감수하며 신뢰 상실을 맛봐야 했던 금융권의 반성이기도 하다.
먼저 은행권은 올 들어 ‘고객 만족’이 업계 화두로 떠오르자 가계와 기업을 사로잡을 묘책을 짜내느라 바쁘다.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출만기 연장은 물론 신규대출의 길을 터주고 있다. 나아가 본부 직원을 영업점으로 돌려 고객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가계와 기업의 금융부담을 덜어주는 일에 속도를 낼 태세다. 먼저 주택담보대출 보유 고객에게는 거치기간 연장 혜택과 함께 분할상환금을 줄여주고, 만기일 도래 전이라도 별도의 부담 없이 최장 30년까지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변동금리형 대출 이용 고객에게는 거치기간 중 고정금리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과는 상생협력을 꾀하고 있다. 오는 6월까지 중기 원화대출금에 대해 일부 상환을 요구하지 않고 만기연장을 해주고, 특별팀을 운영해 우량기업을 발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수출보험공사와 손잡고 지원 중인 환변동보험 대출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신용보증기금에 1000억원을 특별 출연하는 한편 기존 여신이 있어도 신속하게 대출해주고, 아울러 금리도 내린다.
본부 인력의 30%가량을 영업점에 배치할 계획도 짜놓고 있다. ‘뉴 스타트’ 경영 아래 고객관리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선언한 국민은행은 금융상품 판매 방식부터 바꾼다. 상품에 내재된 시장위험을 검토한 뒤 팔도록 관련 절차를 강화해 불완전판매 논란을 미리 막고, 복잡한 파생상품보다 안정성 위주의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개인은 물론 기업,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복합점포를 확대, 고객의 편익을 도모하고, 고객관계관리(CRM) 체계에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적용한 ‘G-CRM’ 시스템을 강화,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대금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외화대출과 더불어 만기연장도 지원하는 공존의 경영을 넓혀나갈 태세다.
우리은행은 고객 수요와 금융환경에 부합하는 다양한 수신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특히 기존 고객에 대한 교차판매 확대로 은행과 고객 모두 이득이 되는 ‘윈윈 전략’을 추구하기로 했다. 또 본부인원 20%를 영업점에 배치하고, 임원들도 대거 영업경험이 풍부한 이들로 교체해 고객 관리역량을 강화한다.
하나은행은 PB업무를 중심으로 고객 만족 이미지를 높이면서 특히 유학, 이민 등 외환부문에 힘을 쏟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워치리스트(Watchlist) 기업 점검제도를 시행하면서 신용등급이나 담보 등 형식적인 잣대만이 아니라 고객의 목소리까지 들어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기로 했다.
농협은 본부 직원 1800여명 중 350명을 영업점으로 배치, 현장 경영에 매진하고, 수협은행은 지난해 신설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반’을 계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공기업들도 고객 사로잡기 경쟁에 나선 금융권 대열에 동참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신용회복지원 대상자(신용불량자)들도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빌려 쓸 수 있도록 특별보증을 지원하고 있다. 주택연금에 대해서는 콜센터를 통해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해주고, ‘고객의 목소리(VOC)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상담 내용이나 민원을 사흘 이내 처리·회신하고 있다. 또 상담원이 가입 고객이나 민원인에게 주기적으로 전화해 애로사항이나 궁금한 점 등을 파악해 도움을 주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연말까지 기업들이 신청한 운전자금 신청 금액을 심사해 산출된 금액의 100%까지 지원하도록 하는 특례조치를 취하고, 6월 말까지 기업의 대출금에 대한 보증기한 도래 시 일부 상환 없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본부인력 20명을 줄여 영업점 현장인력으로 전환 배치한다.
신용보증기금은 보증을 신청했다 거절된 기업에 재심사 기회를 주는 재심의위원회를 운용, 고객이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출처 : 세계일보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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