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캐플란 하버드대 교수는 “불황 때 전략을 실행해야 호황 때 시장을 지배한다”고 밝혔다. 이는 실증연구를 통해 확인됐으며, 경기 침체기 투자는 본격적 경기 회복기에 더 큰 수익률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되는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불황'이라는 상황을 환경적인 조건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위축되기보다 시장을 지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생활용품기업 P&G의 CEO인 래플리(A. G. Lafley)는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매출을 늘려 점유율(share of spending)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끊임없이 전달해 가치의 점유율(Share of Voice)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세계적 브랜드 대가인 데이비드 아커 교수는 “경기가 불황이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고객들은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져 기업은 브랜드 경영에 전사적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같은 제품군이라면 No.1 브랜드로 소비가 집중되는 것이 경기침체기의 전형적 현상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No.1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오른 삼성과 LG도 100년의 미래를 열어줄 열쇠를 브랜드에서 찾고 있다. 삼성은 브랜드파워를 경기 불황시 더욱 빛을 발하는 기업의 재산으로 판단해 지난해 7월 삼성브랜드의 통일성 유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브랜드관리위원회를 신설했고, 전 계열사별로 미래의 경쟁력인 '상품(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지금이 역전의 기회임을 강조하고 지난해보다 사업환경은 어렵지만, 회사의 핵심역량인 R&D, 브랜드, 디자인 분야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천명했다. SK와 한화 역시 일찍부터 브랜드 중심의 관리 체계를 수립해 브랜드 경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브랜드파워 양극화 심해져
이처럼 브랜드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곧 생존의 문제이며,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브랜드만이 불황을 넘어 시장을 지배해 나가는 힘을 갖게 된다. KMAC가 지난 3월 12일 발표한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결과를 통해 현재 한국기업의 브랜드 환경을 살펴보고, 기업의 브랜드 정책수립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첫째, 브랜드파워의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 2007년 한 기관은 소비 양극화를 언급했다. 소득 양극화는 자연히 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의 양극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모습을 K-BPI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식품, 생활용품, 음료·주류 등으로 구성된 소비재는 짧은 사용 주기와 잦은 구매빈도 등으로 브랜드간 가격 차이가 심하지 않을뿐 아니라 기술적 차이에서도 극적으로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전반적으로 산업군내 브랜드파워가 골고루 분포돼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구재와 서비스재는 다른 양상이다. 자본력과 R&D를 통해 기술력의 차이를 선보이는 내구재는 다른 브랜드와 격차를 벌려 왔고, 무형(Intangible)의 서비스와 그를 통해 전달되는 상품으로 구성된 서비스재도 2008년부터 선두권과 그 외 브랜드간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즉 소비의 양극화가 소비자들로부터 평가되는 브랜드파워의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1999년도에 발행된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모든 시장은 두 마리의 말만이 달리는 경주가 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브랜드파워 양극화는 불황의 골이 깊어진 2009년에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기에 No.1 브랜드로 소비가 집중되는 전형적인 모습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현상을 볼 때 같은 선두권을 형성해도 그 혜택은 No.1 브랜드가 더 크게 누리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어떤 산업군에서 어떤 브랜드가 브랜드파워 양극화를 주도해 가고 있을까.
웅진코웨이는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소형생활가전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으며, 최근 음식물처리기에서도 높은 브랜드파워를 나타내고 있다.
또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는 락앤락은 국내에서도 완전히 시장을 선도해 가고 있으며, 금호렌터카는 강력한 브랜드파워와 더불어 대한통운과 인수합병으로 규모면에서도 더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정관장은 카테고리가 확대된 건강식품 부문에서 여전히 최고의 브랜드파워를 보이고 있고, 대상 순창은 꾸준한 마케팅 활동으로 고추장·된장 부문에서 양극화를 주도해 가고 있다. 소비의 주체인 소비자의 소득 양극화가 브랜드 양극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모습에서도 양극화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애플은 새 아이폰과 아이팟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고, 노키아는 노트북컴퓨터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 기업과 간격을 벌이는 기업들은 불황 때 오히려 불황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선두에 있음에도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양극화는 진행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업종 대표 브랜드 증가
둘째, 업종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늘어가고 있다. 랜체스터 경영전략에서는 일반적으로 안정된 시장의 경우 No.1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의 40%를, No.2 브랜드가 20%, 그리고 No.3 브랜드가 10%를 차지한다고 보고한다. 그렇다면 업종 대표 브랜드는 적어도 40% 이상의 시장 점유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업종 대표 브랜드가 자리잡은 산업군에서 2, 3위 브랜드는 간신히 시장에 머무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업종 대표 브랜드 지위는 나머지 브랜드가 설 자리도 허락하지 않는 것임과 동시에 압도적 시장 지배력으로 미래까지 보장받는 셈이다.
지속 기업(Going Concern)을 꿈꾸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서 가장 먼저 깃발을 꽂고 No.1이 되는 것보다 업종 대표 브랜드로 지배 산업군을 가지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굳이 이런 전략적 의미가 아니어도 업종 대표 브랜드는 소비자의 무한 신뢰를 받게 돼 호의적 태도를 형성하는데 큰 기회를 얻게 된다. 시장 초기에 치열한 경쟁으로 No.1 브랜드 지위에 올라선 이후 끊임없는 자기 혁신(innova-tion)과 마케팅 활동으로 주도권을 유지시켜 온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유통의 최강자로 즐거운 쇼핑의 경험을 제공하는 롯데백화점, 대한민국 교육산업을 대표하는 No.1 브랜드인 눈높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 고객의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생활을 위해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스피드메이트, 빠르고 안전한 여행을 제공해온 금호고속 등이 서비스재의 업종 대표 브랜드이다. 그리고 내구재에서는 40여 년간 따뜻한 가정을 만드는데 기여해온 귀뚜라미보일러가 가정용 보일러 부문에서, 주방문화를 선도해온 동양매직이 복합오븐 부문에서 업종 대표 브랜드이며, 소비재에서는 제화업계의 대표주자인 금강이 대표적이다.
일관되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해야
셋째, 일관되고 성실한 브랜드가 No.1이 된다. 현재와 같이 변화가 심한 환경 속에서도 일관된 브랜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 브랜드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게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최고의 드라이빙 머신 'BMW', 바른먹거리 '풀무원', 가치점(Value Store) '홈플러스' 등 일관된 가치를 전달하려고 하는 이들은 정체해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유한 브랜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고객에게 끊임없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해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하며 새로운 것으로부터 즐거움을 찾고 싶어하기 때문에 기업은 핵심적 브랜드 가치에 그 기반을 두되 흥미로움과 새로움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BMW는 최고의 드라이빙 머신을 추구하기 위해 방향에 따라 헤드라이트가 움직이게 하고 내비게이션 정보가 전면 유리 위에 투명하게 비치도록 하는 등 최고의 기술로 변화를 시도해 소비자의 만족을 높여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가치 전달에 실패해 경쟁에서 뒤처진 브랜드를 알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1세대 대표주자였던 T.G.I Friday's는 메뉴의 차별화와 브랜드 제휴에 실패해 2005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유아교재의 선두주자였던 신기한 한글나라는 창의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다년간 지속적으로 가치를 전달한 씽크빅에 그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브랜드들이 일관된 가치를 성실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이들이 시장의 No.1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관되고 성실하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해 오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를 살펴보면, 서비스재에서는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로 자리잡은 래미안이 편안함과 아름다움이 함께 어우러진 아파트를 그 가치로 전달하고 있고, 비씨카드는 다양한 혜택으로 최고의 고객가치를 전달하고 있으며, 편의점인 훼미리마트는 생활의 편의를 더하며 대한민국의 유통문화를 선도해가고 있다.
영창악기는'맑고 고운 소리'라는 핵심가치로 최고의 종합악기를 제공하고 있고, 프리미엄 인테리어자재인 LG 지인은 생활 속의 아름다움을 한 단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통해 맛의 즐거움을 전달하고 있고, 태평양제약의 케토톱은 건강생활에 앞장서고 있으며, 에쎄는 즐거운 생활을 제공하는데에 일관된 노력을 펼치고 있다.
新유통채널 브랜드 부상
넷째, 새로운 유통채널 브랜드가 뜨고 있다.
몇 년전 블루오션(Blue Ocean)이 기업 경영에서 유행처럼 회자됐다. 경쟁이 치열한 기존 시장인 레드오션(Red Ocean)에 뛰어들지 말고 경쟁요소를 제거하거나 줄임으로써 저비용을 추구하고 동시에 업계가 아직 제공하지 못한 요소를 증가시키거나 창출함으로써 차별화를 추구해 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십년 전보다 산업은 눈부실 정도로 고도화돼 왔으며, 그 만큼 블루오션을 발견하기란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새로운 경쟁의 원천을 발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틈새시장을 발굴해 새로운 유통채널을 공략하는 브랜드들에서 이 노력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2000년대 초 저가 화장품을 시작으로 화장품 시장이 브랜드숍 경쟁 체제로 전환됐다.
아모레퍼시픽의 휴플레이스가 자사 및 타사 제품의 비율을 7대3으로 유지했으나 2008년도에 자사 브랜드 중심의 아리따움으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화장품 브랜드숍 경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이며, 처음으로 조사된 올해 조사결과에서 더페이스샵이 가장 브랜드파워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어전문점은 기존 타이어 제품 판매 중심 사업 방식에서 타이어 관리 중심의 사업 방식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올해 조사 결과에서 T'Station이 월등히 높은 브랜드파워를 보이고 있다.
또 기존 패밀리레스토랑 시장에서 씨푸드(Sea Food)라는 특화된 테마를 공략한 씨푸드레스토랑인 씨푸드 오션이 2년 연속 1위로 나타났으며, 대형할인점이 제공하지 못하는 편익을 대형슈퍼마켓에서 제공하고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역시 2년 연속 1위로 나타났다.
K-BPI는
'인지도' '충성도'로 브랜드파워 조사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한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 Korea Brand Power Index)는 한국에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1990년대 이래 브랜드 경영 환경의 토대를 마련하고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해 왔다. 이로써 국내 브랜드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데에 기여해 왔다.
1999년 총 79개 산업군 조사 발표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총 192개 산업군을 조사 발표했으며, 올해 11차 조사에서는 새로운 유통 채널로 자리잡은 화장품브랜드숍과 타이어전문점 등의 유통서비스, 점점 더 체계화되고 있는 독서토론학습과 중고등교재 등의 교육서비스, 세분화된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바디케어, 아동복, 가격비교사이트 등을 신규로 추가해 조사했다. 또 건강곡물음료와 전자전문점은 산업군 범위를 확대해 조사를 재개하는 등 1999년 제조업 중심의 브랜드 조사에서 현재는 명실상부하게 전 산업을 포괄하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조사 제도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K-BPI는 지금의 환경 속에서 우리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조언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K-BPI는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로 구성된 브랜드파워 조사결과를 매년 우리 산업계에 공표함을 기본 운영방침으로 하고, 이를 통해 각 산업군 및 기업의 현 위치를 확인하고 브랜드파워 향상을 위한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전략적 브랜드 관리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지수 모델은 소비자가 인지하고 있는 브랜드 자산에 대해 측정할 수 있는 구성 요소들을 인지도와 충성도에 대한 영향력과 표현력을 중심으로 구매행동예측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방법이다. 2009년 조사설계는 다음과 같다.
모집단 : 국내에서 소비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만 15세 이상 만 60세 미만의 남녀
조사지역 : 서울 및 6대 광역시(인천, 부산, 대구, 울산, 대전, 광주)
표본추출방법 : 인구비례(성별, 연령별, 지역별)에 의한 무작위추출법 (Random Sampling)
총표본수 : 1만 1272명
실사기간 : 2008년 10월 11일부터 2009년 1월 14일까지 (95일간)
조사방법 : 일대일 개별면접법
조사대상산업 : 192개 산업군 브랜드 조사
10년 이상 연속 No.1 브랜드
10년 이상 연속 1위 49개 산업군
1999년 79개의 산업군으로 출발한 K-BPI 조사 산업군은 2009년도에 192개로 늘어났고 이 가운데 10년 이상 연속 1위로 나타난 산업군은 49개다. 나머지 30개의 산업군에서는 1위 역전이 발생하거나 산업군 진화(예, 세탁기→드럼세탁기)가 일어나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 10년 이상 연속 1위를 해온 브랜드들이 있다. 소비재에서는 고추장 부문 청정원 순창, 정장구두 부문 금강, 커피 부문 맥심, 참치캔 부문 동원참치 등이 있고, 내구재에서는 가정용보일러 부문 귀뚜라미보일러, 소형승용차 부문 마티즈, 양문여닫이냉장고 부문 지펠 등이 있으며, 서비스재에서는 학습지 부문 눈높이, 항공사 부문 대한항공, 피아노 부문 영창악기, 피자전문점 부문 피자헛 등이 있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09년 4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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