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동안 변함없이 기업 경영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고객 만족 경영. 과연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 향상이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잘못 적용해 온 부분은 없었는지 고객 만족 경영과 관련된 다섯 가지 오해를 통해 살펴 보고, 기업의 대응 방향에 대해 짚어 본다.
마케팅의 개념이 푸쉬(Push)에서 풀(Pull)로 발전 되어 오면서 고객 만족 경영이 화두가 된 지도 10년이 넘게 지났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왜 팔리지 않을까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은 이미 알려진 지가 오래다. 기업은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단계에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기 시작했고, 고객이 원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투자는 낭비일 뿐이라는 사실은 이제 경영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다 알만한 상식이 되었다.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블루 오션을 개척하고자 하는 노력도 지금껏 만족 시키지 못했던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본다면, 마케팅 전략을 넘어 경영 전략의 근본에 ‘고객’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고객 만족’을 그 자체만을 강조해오다 보니 고객 만족이 왜 중요했는지 본래의 취지와 메커니즘에 대한 고민은 약해진 듯하다. 과연 지금의 고객 만족 경영을 위한 활동이 진정한 만족을 주고 있는 것인지, 고객의 로열티를 확보할 만큼 강력한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되고 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소 지나간 유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경영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고객 만족’에 대한 최근의 오해와 진실을 한번 짚어 보기로 하자.
오해 1. 고객 만족도, 많이 팔리면 높다?
자사 제품이 시장에서 많이 팔리면 고객 만족도 또한 높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제품은 잘 팔렸지만 고객의 만족도는 낮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매출 확대를 위한 푸쉬(Push) 전략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고객 만족도는 소비자의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인일 뿐이기 때문에 만족도와는 무관한 다른 구매요인이 매력적일 경우, 만족도와는 관계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잘 팔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가격 할인이라든가 판촉행사, 또는 판매사원의 권유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고객이 구매를 결정했을 수가 있다. 이럴 경우 고객 만족도는 향상되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만족도의 뒷받침 없는, 푸쉬 전략을 통한 매출의 향상은 경쟁기업보다 낮은 마진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강력한 틈새 시장 경쟁자(Niche Market Player)의 존재다. 독특한 특징으로 적은 수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을 전략으로 가진 기업의 경우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높은 고객 만족도를 바탕으로 확고한 경쟁력을 지닌 경우가 많다. 쉬운 예로 소위 명품의 경우, 소수의 고객만이 구매를 하는 까닭에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고객의 만족도는 높을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만족은 재구매와 구전으로 이어져 지속적으로 명품에 대한 구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일의 에른스트 라이츠사(社)에서 만든 35mm 고급 카메라인 라이카의 경우를 보자. 라이츠사는 대중적인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외형과 색감을 선호하는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고객은 그들이 사용하는 라이카 카메라의 외형과 색감의 독특함이 주는 차별적인 가치에 대해 만족한 경험을 얘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라이카 브랜드는 차츰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알려지고 있다.
틈새 시장 경쟁자는 일반적인 제품 고객과는 다른 세분 시장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이 주는 의미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차별적인 가치를 통한 이들 고객의 높은 만족도는 조금씩 기존 시장 기업의 고객을 잠식해 나가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마지막으로 시차(時差)의 존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결과 지표와는 달리 기업의 성과에 대한 선행 지표인 고객 만족도는 다음 번 구매에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고객 만족도가 매출과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이러한 시기에는 고객 만족도와 매출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도록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경영자의 입장에서 잘 팔리는데 만족도가 떨어지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비록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다고 해도 고객 만족도는 낮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자사의 제품이 잘 팔리고는 있지만 고객 만족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자사의 제품이 고객에게 차별적인 가치와 만족을 주고 있는지, 또는 자사의 제품이 푸쉬 정책에 밀려 싸게 팔려나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낮은 고객 만족도는 분명 장기적으로 자사의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해 2. 고객이 만족하면 항상 수익성은 올라간다?
고객 만족 경영이 화두가 되었던 것은 바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고객 만족도 지수 자체를 높이는 것에 노력을 집중한 나머지 과다한 비용이 발생하여 수익성을 악화 시킬 수도 있다.
한 예로 1980년대 GM(General Motors) 사는 고객 만족도 지수의 개선 정도에 따라 경영진에게 보너스를 지불했다. 그 결과 1980년대 GM의 고객 만족도 지수는 올라갔지만, 시장 점유율과 이익은 계속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인 적이 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고객 만족도 지수 자체가 그 목적이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장기적인 수익성을 고려하지 못한 체 단기적인 캠페인으로 고객 만족도 지수를 올리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고객 만족 활동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잘 관리된다면, 수익성이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고객 만족도의 향상이 기업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밝히는 일련의 연구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 하고 있다.
먼저 올 4월에 Journal of Marketing에 게재된 한 논문은 고객의 만족도와 가격 지불 의향(Willingness to pay)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 했는데, 높은 만족도를 지닌 고객층이 두터운 경우 기업은 고객에게 프리미엄 가격을 받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객 만족이 가져오는 일차적인 결과로서 높은 재구매와 긍정적 구전을 통한 매출 증대 이외에도 이차적으로 프리미엄 가격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7월 동일한 저널에 발표된 또 다른 논문에서 미국 ACSI(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 조사 대상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객 만족도 지수의 향상이 기업의 순현금흐름을 증대시켜 주주가치의 향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객 만족도의 향상이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 기업 가치의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리해 보자면,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하나의 투자인 만큼 기업의 수익성이 항상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의 지수만을 높일 수 있는 투자보다는 장기적으로 고객 만족을 높일 수 있는 활동에 대한 고민과 함께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자사의 고객 만족도와 수익성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면 현재 진행중인 고객 만족 활동에 군더더기는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오해 3. 고객 만족도 조사는 조사 기관에 따라 다르다?
고객 만족도 조사의 결과가 발표 기관에 따라 다르거나 매년 순위가 뒤바뀌는 것을 두고 고객 만족도라는 것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고객 만족도 조사가 결국 통계적 방법론을 이용하는 것인 만큼 일부 경쟁이 치열한 제품의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 순위가 엇갈리게 나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엇갈린 결과를 두고 고객 만족도 조사나 고객 만족에 대한 불신을 가지기 보다는 어떤 자료를 활용하여 앞으로의 전략을 수립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고객 만족도 지수 이외의 여러 가지 척도나 분포를 입체적으로 활용해볼 수 있으며 이러한 방법으로 조사할 때 그 결과는 조사 기관에 관계 없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고객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며 측정하게 되는 다양한 척도를 활용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추천의향’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로열티 경영의 대가 프레데릭 라이헬트(Frederick F. Reichheld)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발표한 그의 논문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 알아야 할 것은 고객 만족도에 대한 복잡한 결과가 아니라 단순히 고객이 그들의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는 지를 아는 것’ 이라고 하며 추천의향에 대한 응답의 분포를 분석하여 Net-Promoter Primer라는 새로운 지수를 제시하고 있다. 올 4월에 발표된 미국 Gallup의 Management Journal에서도 추천 의향을 활용한 Customer Engagement Index를 제시하며 고객 만족도의 결과와는 달리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음을 밝히고있다.
이와 같이 추천의향을 강조하는 성향은 최근 들어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주장은 공통적으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평균치 정도에 대부분의 고객이 분포한 기업보다는 극단적인 만족과 약간의 불만을 가진 분포를 지닌 기업이 보다 로열티가 높은 핵심 고객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의 경쟁에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객 만족도 지수가 큰 의미가 없는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경우라면 추천의향에 대한 몇 가지의 단순한 설문만으로 가능한 단골고객 지수(로열티 지수) 등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관리해보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겠다.
오해 4. 고객 만족도, 모든 고객을 만족시켜야 높아진다?
고객 만족도는 고객의 기대수준과 기업 성과의 함수이다. 이 때문에 기업이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고객 개개인의 기대수준 차이로 인해 실제 만족의 정도가 다를 수가 있다. 이런 경우 기대수준이 다른 모든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고객의 모든 니즈를 파악하기 보다는 기대수준이 높은 고객 집단이나 구전효과가 큰 집단을 파악하여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고객들에게 그 영향력이 단계적으로 전달(Cascading)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한 예로, 고객 만족도의 향상을 위해 불만 고객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불만 고객은 현재의 기업 성과가 자신의 기대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태이므로 기업의 입장에서 그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구전효과가 큰 온라인상의 고객에게 집중할 수도 있다. 자사 제품 사용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리뷰전문 사이트 등을 모니터링 하여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고자 기업의 자원을 분산시키기 보다는 핵심적인 고객군을 선정하여 집중하는 것이 고객 만족도뿐 아니라 자사의 부족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오해 5. 고객 만족, 해법은 로열티 프로그램?
지금껏 기업들은 고객 만족과 로열티 향상을 위해 많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 왔다. 그러나 로열티 프로그램만으로 고객의 만족과 기업의 성과가 향상될 것이라 믿기에는 대규모로 성행중인 로열티 프로그램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자세 역시 변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마일리지 제도의 도입이나 카드사 제휴, CRM 기법을 통한 판매 제의 등과 같은 노력은 이미 보편화 되어 버렸고, 소비자들은 이런 서비스를 당연한 것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기업의 경영자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일 것 같고, 해도 큰 이익을 보지 못하는 적절한 타협 상태, 지금의 상황은 흡사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고객 만족도의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를 찾아 보아야 한다.
해결의 실마리를 감성적 서비스의 제공에서 찾아 보자.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저서 ‘하이테크 하이터치’ 에서 하이테크화 될수록, 기술이 발전 될수록 인간은 깊숙한 터치와 감정의 교감을 원한다고 했다. 고객 만족도 다양한 과학적 기법과 같은 기계적 서비스를 통해서가 아닌 감동을 줄 수 있는 감성적 서비스를 통해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놀이 공원에서 청소하는 직원이 빗자루를 든 채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인사를 하는 장면과 무표정하게 청소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잘못된 고객의 요청에도 항상 친절한 A/S 직원과 고객의 잘못임을 지적하는 A/S 직원은 어떠한가. 고객과의 모든 접점이 바로 고객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순간(MOT: Moment of Truth)임을 알고 매 순간 감성적인 터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미래의 단골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계적인 서비스에서 탈피한 감성적인 서비스의 제공과 이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윈-윈하는 고객만족 경영
지금까지 고객 만족에 대해 흔히 가질 수 있는 다섯 가지 오해에 대해 살펴 보았다. 물론, ‘고객 만족 경영만이 전부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그렇지는 않다’ 이다. 고객 만족 경영을 통한 기업의 성장 메커니즘은 본질적으로는 기업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y)-기대수준을 만족시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잘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니社를 예로 들어보자. 소니는 전세계적으로 높은 고객 만족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잘못된 전략적 투자 결정이나 구조조정, 그리고 경영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많은 요인들이 기업의 핵심역량을 약화시켰기 때문인 것이다.
비록 고객 만족 경영이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단 한가지 요인은 아니지만, 분명한 점이 있다. 고객 만족 경영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라는 점, 그리고 현재의 만족도 지수 자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나 틀에 박힌 서비스에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다시 한번 고객 만족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다 창의적인 노력을 통해 기업과 고객이 Win-Win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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