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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여신(與信) 실패사례를 연구하라.”

Edward Kang 2009. 7. 8. 17:04


신용기획부 여신관리부 검사부 3개 부서에서 선발한 8명으로 ‘기업여신 실패사례 분석팀’이 꾸려졌다. 창립 이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부실 기업여신 2500건 중 채권 서류 및 전산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1699건이 분석틀에 올랐다.

분석팀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신용평가 체계와 신용평점 산출에 일부 문제점이 있었고 △공격적인 마케팅때 부실 발생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분석팀은 이어 부실 여신에 대한 은행 내부 요인을 따진 결과 타성에 젖은 여신 관행(52%)과 심사실패(26%)가 가장 큰 원인이었음을 밝혀냈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올 초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체질개선은 어떻게

신한은행은 하나뿐이었던 신용평가 모형을 기업 규모별로 차별화해 세 가지로 나눴고 업무이익 위주의 여신운용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평가지표를 바꿨다. 아울러 장기 여신에 대한 미래 추정 현금흐름 분석을 의무화하는 등 14가지 개선책을 실행에 옮겼다.

결과는? 신한은행의 6월말 현재 고정이하 여신비율(떼일 가능성이 있는 여신비율)은 1.49%였다. 올 2월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사상 처음으로 1%선으로 낮추는 성과를 올린 것.
이는 국내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치로 씨티은행 등 선진 초우량 은행들과 맞먹는 수준이다.

신한은행이 99년 말 6.93%, 지난해 말 2.42%에 이르던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이처럼 크게 낮춘 것은 경제여건 덕분이기도 했지만 부실여신 사례를 데이터로 만들어 자산으로 활용한 덕이 더 크다. ‘실패학’의 성공 사례인 셈.


▽실패는 자산이다

국내 업계에 실패학을 이용한 지식경영이 차츰 싹을 틔우고 있다. 아직까지는 실패를 인정하는 것조차 꺼리는 기업이 대부분이지만 일부에서는 실패 사례를 내부자산으로 활용,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아픈 부분을 파헤쳐 재도약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의지에서다.

삼성에버랜드는 96년부터 ‘실패 파티’를 열고 있다. 고객의 불평을 접수하거나 업무처리 과정에서 직원의 잘못이 확인될 때 밝은 분위기 속에 공유하기 위해서다. 업종 특성상 직원이 은폐한 고객 한 명의 불만이 입소문을 타면 엄청난 악영향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실패사례를 적극 공개토록 유도,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유식하게 표현하면 ‘실패비용 절감’이다.

에버랜드의 실패파티는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실패학 강의와 맥이 닿아 있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사장단 회의에서 “실패를 완전히 분석한 뒤 자산화해야 한다. 정보의 공유, 실패사례의 기록화가 안되니까 과거의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다. 실패 경험을 좌우상하로 공유하면 굉장한 자산이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97년 부도났던 한보철강도 부도 이후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쏟아낸 땀과 눈물을 분석한 백서를 지난달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세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과 급여 반납, 원가절감 노력 등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앞으로의 회사 운영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신한은행 기업여신 실패사례 분석팀장이었던 신용기획부 송석봉(宋錫奉) 차장은 “분석팀 출범 초기엔 한숨을 내쉬었다”고 털어놨다.

마땅한 전례를 찾기 어려웠고 전·현직 실패 당사자의 입장도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 국내 기업들이 실패사례 분석이나 공개를 꺼리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심지어 모 기업체 임원은 “동료들의 실명이 등장할 수밖에 없어 실패사례를 최고경영자(CEO)에게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실패사례 공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까지 마련했다. 실패 당사자에게 면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실패의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취지다.

LG경제연구원 남대일(南大一) 연구원은 “실패학은 위기관리 측면에서 귀중한 자산인데도 국내 기업들은 실패에 대해 그저 창피하다는 생각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패 사례를 정보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서비스인의 쉼터, STAR Club
글쓴이 : Sophi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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