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 강태영의 서비스 경영

Service Management/Answer, Anticpate

고객이 부르시기 전에

Edward Kang 2021. 4. 14. 05:39

“고객이 부르시기 전에 미리 마음을 읽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합니다.”

대한항공 사내 여승무원(스튜어디스) 3000여명 중 ‘친절왕’으로 뽑힌 손경화 (30)씨의 비결이다.



올해로 승무원 생활 10년차인 손씨는 최근 지난 1년 동안 승객들에게 ‘칭송레터’ 13통을 받아 ‘고객 감동을 가장 앞장서 실천한 인물’로 꼽혔다. 다른 스튜어디스들이 많아야 2~3통 정도라는 실정을 감안하면 손씨 친절도를 가늠할 수 있다. 또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는 승객은 들끓지만, 일부러 편지나 이메일을 보내 만족을 전달하는 사례는 비교적 적기 때문에, 지난 1년간 손씨가 감명을 준 승객은 “130명이 넘는다고 보면 된다”는 게 객실승원팀장의 설명이다.

“가족들끼리 자리가 따로 떨어져 있었는데, 자기 가족처럼 주변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온 식구가 같은 줄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몸살을 앓았는데, 동생처럼 계속 상태를 신경 써주고 담요도 따뜻하게 챙겨줘 탈 없이 올 수 있었다” “출장 선물을 못챙기고 탔는데 기내 면세품 중 ‘받으면 맘에 들 만한 목록’을 친절히 추천해줘 그대로 골랐더니 직장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등 손씨가 감동을 준 고객들은 다양하다. 그 중에는 “변함없는 예쁜 누나 미소 때문에 비행이 즐거웠다”는 다섯 살짜리 꼬마 편지도 있었다.

손씨는 중학교 때부터 스튜어디스를 꿈꿨다. 단아한 제복을 입고 창공을 누비는 생활이 너무 근사해 보였기 때문. 광주 사레지오고를 거쳐 대학을 마칠 때쯤인 95년 말 4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뒤, “꿈을 이뤄 생활이 너무 즐겁다”는 게 손씨 심경이다. 천직(天職)처럼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친절이 행동에 배어날 수 있었고, “다시 태어나도 스튜어디스를 택하겠다”고 했다.

손씨는 승객들이 콜 단추를 눌러야 가는 통상적 서비스 개념을 넘어, 안색과 행태를 주의깊게 살핀 뒤 필요한 부분을 짚어 묻는 방식으로 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이 감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이따금 승무원을 하인 부리듯 대하고, 작은 불편에도 고성과 삿대질을 일삼는 골치 아픈 승객들도 있지만, 그럴 때도 “우리가 죄인”이란 마음가짐으로 모든 말을 귀담아듣는다고 손씨는 강조했다. 손씨는 “스튜어디스 복장을 갖추는 순간, ‘프로 의식’이 발동하기 때문에 아무리 불쾌한 상황이 닥쳐도 역정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씨는 최근 부족한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를 위해 집 근처 독서실 정기권을 구입했다. 간단한 의사 소통은 할 수 있지만, 그 정도 실력만으로 고객들이 감동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게 손씨 판단.

손씨는 “서비스는 서류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사람을 이해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오히려 쉬워진다”며 반갑게 웃었다.